명분도, 가치도 떨어져가는 한국조선해양...주주들만 '분통'
입력 21.09.30 07:00
현대중공업그룹, 당초 대우조선해양 인수 위해 중간조선법인 설립
당시 거센 반발에도 대조양 인수를 명분으로 내세워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 등으로 인수 불발 가능성↑
그 사이 현대重 상장 뒤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하락
  • 현대중공업그룹이 성황리에 현대중공업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주주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고, 현대중공업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마저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초 중간지주사의 설립 명분도 사라지는 모양새다. 합병으로 인한 주가 업사이드에 대한 기대감 역시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0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중공업 상장 직전인 16일보다 약 16% 빠졌다. 상장일인 17일 10% 넘게 급락한 뒤에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공모가인 6만원보다는 웃돌고 있지만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 첫 날 한 때 13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10만원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현대중공업지주 계열사 주가가 좀처럼 힘을 못 쓰자 주주들은 가장 먼저 ‘분할 상장’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통상 국내 증시에서 자회사가 상장하면 지주사가 할인 받는 사례들이 많은 탓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분할 상장이 반드시 모회사의 할인 요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모회사에서 분리된 자회사의 가치가 오르면 지분법 이익을 통해 모회사의 기업가치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는 한정된 수급 및 투자자들의 학습 효과 탓에 지주사 할인 현상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국내 소액 주주들이 지주사의 분할이나 합병 등 거대한 의사 결정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법상 ‘3% 룰’ 등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다. 최근 사조산업은 이를 우회하기 위해 지인에게 지분을 쪼개 빌려주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분할 상장 시 나오는 이슈의 쟁점은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느냐가 여부다. 대주주보다 소액주주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면 해당 분할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반대해야한다”라며 “국내에서는 투자자들이 분할 후 상장을 통해 모회사가 할인된 사례가 많아 기계적으로 모회사 주식을 팔고 자회사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라는 독특한 구조도 한 몫 한다. 통상 지주사는 브랜드사용료나 배당금 등으로 수익으로 올리지만, 중간지주사라는 지위 탓에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구조로 이뤄져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 지분 30.95%,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 지분 79.7%를 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 같은 구조를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다. 다만 2년여가 지난 지금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은 기약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이 될 경우 현대중공업이 한 때 내세웠던 물적 분할의 명분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물적 분할한 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한국조선해양에 현물 출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계획은 3년째 보류중이다. 가장 큰 원인은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독과점 경쟁심사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선에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60%를 웃도는 데다 LNG선을 발주하는 선사들 중 대부분이 유럽 회사인 탓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획을 밝힐 당시인 2019년과 비교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의 대형 LPG선, LNG선 등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라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