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호황에도 경영 불확실성 여전…해진공 자문 용역도 진행
입력 21.10.12 07:00
올해도 해운 호황 지속…해진공 CB도 전환될 듯
해진공 최대주주 유력한데 업황·관리 불확실성 커
해진공 관리시 HMM 지원 문제…내부 관리도 부담
해진공, 대형 회계법인에 HMM 관리·운영 용역 맡겨
  • HMM(옛 현대상선)이 해운업 호황 속에 순항하고 있지만 완전한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핵심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간 의사 조율이 이뤄져야 하고, 소액 주주와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도 신경 써야 한다. 언제까지 해운업 호황이 이어질 지 예단하기 어렵다. HMM 최대주주 등극이 유력한 해진공은 외부 자문을 통해 HMM 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진공은 지난달 입찰을 거쳐 대형 회계법인에 HMM 관리·운영 방안에 대한 용역을 맡겼다. 해진공은 HMM 최대주주로서 관리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보유하고 있는 HMM 영구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시 효과도 미리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HMM은 작년부터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에 허덕였지만 작년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조4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지난 10년간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할 기회다. 정부도 연일 해운업 재건의 치적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HMM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12.94%였는데 지난 6월 3000억원 규모 CB(190회)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며 24.96%까지 올랐다. 당시 회수가 어려워진다거나, 소액주주들의 이해에 배치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선 주식을 전환하지 않을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 내년엔 해진공의 CB(191회) 상환 문제도 불거진다. 이 CB는 만기 30년, 6000억원 규모로 발행 5년부터는 스텝업(금리 인상) 조건이 적용된다. 해당 채권의 주식 전환가액은 7173원인데, 6일 HMM의 종가는 2만9050원이다. 아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지만 해진공 입장에선 실리를 따지든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든 전환권 행사가 거의 확정적이란 평가다. HMM 입장에선 주식 전환 시 부채가 자본 전입되니 재무구조 개선효과도 있다.

    해진공이 전환권을 행사하면 산업은행과 각각 20% 내외의 HMM 지분을 가지게 된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는 해진공을 HMM의 최대주주이자 주요 주주로 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해진공 사장 취임 지연 등 문제가 겹치며 시일이 늦어졌다.

    산업은행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 이상을 소유할 경우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은행법 규제를 받지 않지만, 이는 구조조정 등 문제를 감안한 것이다. HMM이 정상 기업에 가까워지는 만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점차 지분율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달 ‘HMM 주식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해진공이 HMM 최대주주이자 관리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HMM의 경영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해야 하는지는 모호할 수 있다. 지난 7월 해진공이 HMM의 CB 상환을 막는 등 갑질을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상황이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진공은 ‘공사’지만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주요주주로 금융사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모든 채무에 대해 ‘보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HMM이 작년과 올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호황이 무한정 지속될 것이란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정상 기업에 가까워졌지만, 완전히 독자 생존이 가능할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면 해운 물동량 증가세가 완화하고, 운임도 예전 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전망하기에 이르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아직 독자 생존력이 입증되지 않은 HMM에 막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3~4분기는 전통적으로 해운 물동량이 증가하는 시기지만 중국 제조업 가동률 하락, 글로벌 소비 둔화 등이 겹치며 해운사들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HMM도 업황을 덜 타는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선사를 인수하려 했으나 주주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HMM 자체 문제도 가볍지 않다. 산업은행이 나서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하긴 했지만 HMM 직원들이 다시 해외 선사 이적을 무기로 처우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소액 주주들은 벌써부터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지적하며 해진공이 CB를 주식전환하지 말고 현금 상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정상 기업에 가까워지지만 경영권을 인수할 곳은 마땅치 않고 내년 말부터는 컨테이너 업황이 꺾일 것이란 예상도 많다”며 “계획대로 HMM을 관리할 가능성이 큰 해양진흥공사 입장에선 CB 전환부터 해운 업황까지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