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리스 줄이고 여신 늘리는 캐피탈…기업대출·투자금융 ‘양날의 검’
입력 21.10.14 07:00
금융그룹 차원의 비은행 육성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견 나와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라 개별 회사 실적 달라진다는 평
  • 캐피탈사 사업 포트폴리오가 할부리스에서 기업여신 및 투자자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상황에서 수익성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수익성이 개선되는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24개 사 캐피탈사의 할부리스 비중이 2016년 39.2%에서 2021년 6월 말 현재 33.8%로 감소했다. 반면 기업·투자금융 부문 비중은 같은 기간 36.1%에서 45.4%로 큰 폭 늘었다.

    그동안 캐피탈사는 은행의 여·수신 기능이나 카드의 결제기능과 같은 고유사업이 없어 자동차금융과 소비자금융을 통해 영업자산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취급이 쉽고 건당 실행 규모가 큰 기업·투자금융이 신규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 변화 요인으로는 △자동차할부금융 경쟁 심화 △운용마진 저하 △레버리지 규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캐피탈사가 자동차 할부금융 및 리스를 운용할 여력은 낮아지고 있다.

    한 신평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사가 조달금리 측면에서 캐피탈사 대비 우위에 있다”라고 밝혔다. “캐피탈사에서 저마진으로 취급되는 자동차할부금융이 카드사에서는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며 진입하는 상황이고 시장 파이가 작아지다 보니 캐피탈사는 기업·투자금융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캐피탈사의 경상적인 이익 창출력까지 낮아지면서, 기업대출 및 투자자산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나이스평가사에 따르면 2008년 10.1%에 달했던 캐피탈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은 2020년 6월말 6.0%를 나타내면서 크게 하락하였다. 대출채권 이자율 역시 동 기간에 11.0%에서 6.8%로 하락하였다.

    레버리지 규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탈사에 적용하는 레버리지 한도가 기존 10배에서 카드사와 같은 8배 수준으로 조정되어서다. 신용카드사는 6배에서 8배로 운용자산 증대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인 자동차 및 개인 금융 자산을 확대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다.

    캐피탈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가지는 의미에 금융그룹 차원의 비은행 육성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의 비은행 계열사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무엇보다 금융지주 내 순이익 기여에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서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기업·투자금융 비중 확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환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잡아보겠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다수 캐피탈사가 금융지주 또는 정책금융기관 산하인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그룹 차원의 비은행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라고 발혔다.

    다만, 리스크관리 능력에 따라 개별 캐피탈사의 실적은 차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여신과 투자자산의 건당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일부 거액여신의 건전성 저하에 대손비용이 급증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를 등급을 평가할 때 신차 할부를 담보가 측면에서 제일 안정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현재의 변화는 리스크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며 “거액 여신을 한 번에 취급한다던가, 특정 포트폴리오에 집중되고 있는 회사를 유심 깊게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 코로나19 지속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 외부환경도 캐피탈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말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 인상 시그널과 업권 간 경쟁 심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