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병목현상·인플레 우려까지 덮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력 21.10.20 07:00
연초 십만전자·시총 100조 기대감과 딴판
연간 수익률 삼성전자 -16%·SK하이닉스 -25%
병목현상·환율·인플레 우려까지 수급 '최악'
정상화 이후 반도체 업황도 점치기 어려워
  • 연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출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말로 접어들수록 주저앉고 있다. 호황 기대감은 쏙 들어갔고 양사 모두 연간 기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병목현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양사 주가를 끌어내리는 탓이다. 내년까지는 양사 주가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0월 들어서만 각각 6%와 9% 하락했다. 14일 종가 기준 양사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각각 -16.38%, -25.55%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8만원을 돌파하고 SK하이닉스가 2월 중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섰던 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딴판이다. 연초 기록한 양사 최고가에 비하면 주가 낙폭은 각각 28%, 37%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 초 잠정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발표한 터라 시장의 충격이 적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과 폴더블폰 시장에서의 독주 체제 등 안팎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거꾸로 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증권가에서 바닥이라 짚었던 가격보다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8월 업황 둔화 우려가 한차례 주가에 반영됐음에도 그 이상 부진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 현재 양사 주가는 실적이나 메모리 반도체 업황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주식시장 내 수급 측면에서 대형주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8월 중 1.139%까지 하락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다시 1.6% 선을 돌파했다. 통상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6%를 넘어서면 시장에 인플레 우려가 확산한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도 1년3개월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는 만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승분을 같이 반납할 수밖에 없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 3월에도 중국의 철광석 수입 확대와 백신 효과로 인한 경제 재개 기대감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 우려로 이어졌다. 당시 미국채 금리는 1.7% 선까지 치솟았고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 백신과 공급망, 물가까지 변수가 복잡하지만 내년까지 금리와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릴 거란 전망이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당장 수급 문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 선을 기준으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 중이다. 환율도 1200원을 고점으로 하락폭을 나타낸다. 29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15일 들어 3000포인트를 회복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급이 개선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반도체 시장 업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지난해 말 이후 개선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영향이 크다. D램과 낸드 현물가격은 연말연초를 기준으로 계약가격을 따라잡거나 상회하기 시작했고, 올 2분기와 3분기에 둘 모두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리 없이 공급을 이뤄낸 만큼 실적도 치솟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3분기엔 부품 공장이 밀집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확산으로 가동률이 하락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전력 제한 조치로 중국 내 IT 부품 업체 역시 가동률을 낮췄다. 적어도 4분기까지는 이로 인한 전방 시장의 출하량 감소가 고객사 반도체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이 정상화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전력 제한 조치는 별개의 문제로 거론된다. 중국 내 IT 부품 업체의 가동률 하락으로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전방 시장인 고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떨어지면 비메모리냐 메모리냐를 불문하고 반도체 기업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고객사 재고 확대와 공급가 하락 우려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설 계획까지 손봐야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산적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양사 주가를 점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 상반기 실적 발표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8월 들어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업황 둔화를 점치는 목소리가 늘어났고, 결과적으로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과 중국 정부 정책 등 갑작스러운 변수 탓이라고는 하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최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 모두 빗나갔다는 식의 조롱이 늘어났다"라며 "특정 시점에서 주어진 정보를 기반으로 내놓은 판단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게 불합리한 측면도 있지만, 일단은 목표주가를 낮춰잡으며 말을 아끼자는 분위기가 전해진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