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확정한 사모펀드 개편안…금융당국 관리는 ‘수월’, 펀드 결성은 ‘난제’
입력 21.10.22 07:07
취재노트
21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시행령 불과 이틀 전 확정
모호한 시행령에 운용사 혼란 가중
LP 범위 확장했지만, 요건은 까다로워
오히려 펀드레이징 난항도 예상
  • 사모펀드(PEF) 체계를 이원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시행을 불과 이틀 앞두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최종 확정했다. PEF 운용사들은 오는 21일부터 새로운 분류체계(일반사모펀드, 기관전용사모펀드)의 요건에 맞게 펀드를 결성하고 운용해야 한다.

    사모펀드 개편안은 분류체계를 단순화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영역만을 대상으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대표하는 사모펀드의 투자자 손실 사례가 발생하자 앞으론 한층 강화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이다. 반대급부로 기관투자가와 전문투자자들만이 참여하는 기관전용사모펀드는 투자 영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제도적 배경을 마련했다.

    앞으로 모든 영역의 사모펀드는 경영 참여 또는 단순 지분 투자가 가능하다. 과거 국내 경영참여형 PEF는 외국계PEF와 달리 지분 10% 이상을 투자해야함은 물론, 반드시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소수지분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사모펀드는 분류를 막론하고 개인 및 유흥업 대상을 제외한 대출과 자기자본 대비 총 400%까지 차입도 할 수 있다.

    투자처에 대한 영역이 대폭 넓어진 대신 규제가 강화한 측면도 존재한다. 개편한 사모펀드의 체계는 유한책임사원(출자자; LP)의 면면, 즉 운용사에 돈을 맡긴 주체로 분류한다. 일반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 또는 3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 그리고 기관이 출자할 수 있고,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와 전문투자자만이 참여가 가능하다. 

    이번 개편안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겠단 취지가 강하게 반영된만큼 관리 감독, 사후 규제에 대한 내용은 일반 사모펀드에 주로 적용됐다. 폐쇄형 펀드의 의무설정 비율 강화, 핵심상품 설명서 교부, 판매사와 수탁사의 관리감독 강화 등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의 감시망은 일반 사모펀드에만 집중하겠단 의도이다.

    투자 영역이 넓어진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유한책임사원의 요건이 다소 까다로워졌다. 사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 바로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출자자 요건 강화’ 내용이다.

    6월 입법예고한 시행령에는 비상장회사를 제외한 주권상장법인(코스피, 코스닥)만 출자가 가능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외국 기관투자가, 국내 연기금, 금융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몇몇 대형 PEF는 해당 조항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개인투자자는 물론, 일반 기업체로부터 자금을 모아 프로젝트펀드를 운용하는 대다수의 운용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했다.

    투자금융업계와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건의와 권고를 수용한 금융위는 막바지 수정 작업을 거치며 현재의 시행령을 확정했다. 최종적으론 비상장회사의 PEF 출자도 가능하게끔 수정했으나 그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최근 1년 이상 50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갖춘 법인만이 그 대상으로 했다. 상장회사는 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금융투자협회에 별도로 등록도 해야한다. 투자금융업계에선 상장회사 기준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전체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투자상품의 범주엔 주식과 채권, 수익증권, ELS, MMF, RP, ELW, ETN, 장내외 파생상품, 특정금전신탁이 포함된다. 예금과 적금, 예수금(증권금융 예수금 포함), 외화, 양도성예금증서(CD), 관리형신탁, MMW, MMDA, 발행어음 등 상당수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자산 형태들은 제외된다. 

    결국 기업들의 과거와 같은 활발한 PEF 출자는 불가능해졌고, 그만큼 중소형 PEF의 자금 모집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용사들의 혼란도 가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행령이 미처 완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시행 날짜는 다가왔고, LP 범위를 두고 막판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운용사들은 서둘러 펀드 결성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향후 논란이 있을 법한 일반 기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출자를 받아 미리 펀드를 결성하고, 추후에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위가 끝나는 대로 펀드를 증액하려는 고육지책을 짜낸 운용사도 있었다. 물론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대형 운용사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유예기간이 거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모두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바뀐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LP요건을 충족하는 기존 펀드는 오는 12월까지 요건충족 여부를 정관에 명시하고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나머진 기존 경영참여형PEF의 운용방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처 확대, 운용방법 다양화에 대한 인센티브는 받지 못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막판까지 LP 범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것은 모태펀드와 해양진흥공사 등 국가가 출자한 정책자금이 PEF에 흘러들어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 결국 최종 개정안 시행령에는 공적목적 달성을 위해 설립된 모태펀드가 유한책임사원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소형 운용사들에는 다소 반길 만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오히려 거센 경쟁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 투자자들 보호하고 PEF의 영역을 확대해 투자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정책의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PEF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오히려 활발한 PEF의 결성을 저해하고 중소·중견PE의 성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무시할 순 없다. 개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의 강화 조치가 자칫 금융당국의 편의에 맞게 구상된 것이라면, 반대로 기관전용 PEF의 사각지대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