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매자 후보군 넓히는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 금지' 조건 득실은?
입력 21.10.26 07:00
삼일PwC 주관사로 선정해 티저레터 발송 중
이번 매각엔 '브랜드 사용금지' 조건 새로 제시
평균 50억 브랜드로열티 지급부담 덜게 돼
"이미 브랜드 있는 유통사 타깃" vs "비용부담 던 FI들 관심 가질 만"
  • 한국미니스톱 경영권 매각이 다시 시작됐다. 2년 전 한 차례 무산됐던 전례가 있는 만큼 매도자 측에서 원매자 후보군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원매자들 사이에선 이번 매각전에 새로 붙은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 금지' 조건 득실을 따져보며 본격적인 매물 검토에 나섰다.

    M&A업계에 따르면 일본 이온그룹은 삼일PwC를 주관사로 삼아 한국미니스톱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삼일PwC는 주요 사모펀드(PEF) 등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이온그룹이 보유한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다. 아직은 희망 몸값도 제시되지 않은 초기 상태로 알려졌다. 원매자로는 주요 유통사와 PEF 등이 거론된다.   

    한국미니스톱의 재매각은 지난 2018년 매각 진행 후 최종 무산된지 3년만이다. 당시 롯데(세븐일레븐)와 신세계(이마트24), 사모펀드 글랜우드PE 간 3파전으로 진행됐으나 편의점 근접출점 제한 규제 우려 영향으로 이듬해 끝내 불발됐다. 

    매각 실패 뒤 실적부진이 계속되면서 한국 사업 철수에 대한 대주주 입장이 확고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미니스톱은 지난해 1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한 1조7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 매각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있다면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 여부다. 이온그룹은 이번 매각에 미니스톱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조건을 새로 제시했다. 한국미니스톱은 대주주인 일본미니스톱의 이온그룹에 수십억원의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애초부터 자기 브랜드가 있는 대형 유통사를 최우선 매각 대상으로 점찍었던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를 각각 보유한 롯데와 신세계가 여전히 인수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로 꼽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이온그룹은 유통사 위주로 태핑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 브랜드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브랜드 로열티 비용 부담을 덜면서 PEF들에 오히려 어필하기 용이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외국계 기업은 통상 배당을 통해 이익을 환수하는 경우가 많으나 한국미니스톱은 본사에 브랜드 로열티만 지급하고 있다. 일본미니스톱과 체결한 프랜차이즈에 관한 기술도입계약에 따르면 한국 미니스톱은 일본이 모기업이 보유한 사업상의 상징과 상호를 사용하고 경영기법을 전수받는 대가로 직영점 및 가맹점 소비자매출액의 일정비율(0.4%)을 지급해야 한다. 매해 평균 50억원 수준이 지불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사용 금지로 로열티 부담이 해소될 경우엔 수익성 개선이 용이해진다. 한국미니스톱이 최근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 규모는 약 43억원으로, 이 비용 부담을 덜게 될 경우 향후 2년 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부담을 덜었다는 점이 FI들에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티저레터를 수령한 FI들 사이에선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금지 조건 득실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투자사들에 따라 달라진 조건의 해석 여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 매각전 당시 인수후보였던 글랜우드PE는 거래 완주에 앞서 미니스톱 브랜드 보장과 본사에 대한 가맹 수수료 일부 유지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보유 점포 가치 평가에 따라서도 투심이 나뉠 수 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찍이 시장에 진출한 사업자인 만큼 보유점포가 위치한 입지가 대체로 조건이 좋은 편이다. 서울 수도권 출점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 외형확장을 노리는 경쟁사에 이점이 될 수 있다. 일매출이 상대적으로 큰 편의점을 주력으로 해 점포당 수익 창출력이 타사 대비 높다는 점도 호평받는다. 다만 국내 편의점 업체 중 보유점포 수가 가장 적은 만큼 경쟁력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매각전 당시엔 4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몸값 여론이 형성됐다. 대주주 눈높이는 현재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거래 지분가치가 지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브랜드 사용까지 막히면서 적정 가격은 이전보다는 떨어진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적정 기업가치로 2000억원대를 제시하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