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개선, 글로벌 확장 고민…네이버, 경영진 절반 교체한다
입력 21.10.27 13:52
네이버, 고강도 인적쇄신안 마련 막바지
대표이사 교체…한성숙 대표 후임 사실상 내정
경영진 절반 이상 교체 예정…키워드는 '글로벌'
'기업문화 개선' · '규제 심한 국내 벗어나 해외로'
  • 네이버가 고강도 인적쇄신에 나섰다. 내달 발표할 인적 쇄신안에선 기업문화 개선과 글로벌 확장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해진 창업자는 조직문화에 대한 내외부 비판을 인식, 이번 인사를 계기로 '네이버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대표이사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앞서 신설된 태스크포스(TF)가 새로운 조직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위한 인적쇄신안을 마련, 내달 발표를 목표로 막바지 검토 중으로 파악된다. 이번 인사에선 경영진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숙 대표의 퇴진도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2016년 첫 여성 CEO로 선임됐지만 5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한 대표는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게 됐다. 

    이해진 창업자는 한성숙 대표를 대신할 후임자도 사실상 내정했다. 글로벌 사업에 정통한 인물로 거론된다. 내정자는 한 대표로부터 업무 인계를 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경영진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창업자는 약 120명의 주요 리더 중 절반 이상을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임원인사 키워드는 '글로벌 방점'으로 언급된다. 글로벌로 목표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주된 사업전략이 돼왔던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실무진들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그간 글로벌 업체 대상으로 공격적인 M&A를 이어왔다. 국내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글로벌 매출 비중을 높여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주요 변곡점으로 꼽으며, 수년 내로 라인을 뺀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의 글로벌 영역확장 의지엔 수익성뿐만 아니라 국내 규제환경도 함께 맞물려 있다. 네이버는 경쟁사인 카카오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무분별한 영역확장에 대한 잇따른 지적에 연신 고개를 숙였던 모습을 지켜봤다. 정부당국의 플랫폼 규제가 심화하면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더욱 강화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내달 발표될 인적쇄신안에선 네이버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대대적인 대책방안도 함께 반영될 전망이다. 네이버에 올해는 기업문화를 둔 각종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해였다. 이 창업자도 이 같은 안팎의 지적을 인식해 '이번 기회에 네이버 조직을 모두 바꿔버리겠다'는 취지를 갖고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시도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조직문화에 대한 잇단 지적은 지난 6월 발생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노동조합에선 야간·휴일 없는 과도한 업무량,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를 원인으로 들었다.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사고이며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도 3주간의 조사 끝에 이 사건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결론냈다. 사건에 연루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졌고 최 COO는 사의를 표명했다. 한성숙 대표도 당시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다만 최 COO의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일본 라인 계열사들의 경영진 직책은 유지됐다는 점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이달 있었던 국감에서도 직원 사망사건에 대한 관계자 징계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회사 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연말 내로 고리를 확실히 끊어버리겠다는 이 창업자의 의지도 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성숙 대표이사를 필두로 경영진에게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경질 성격이 이번 인사에 반영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선 이해진 창업자 지근거리에서 주요 요직들을 꿰찬 임원들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은 최인혁 COO의 직책이 유지될지가 관심사다. 최 COO는 이해진 창업자와 같은 서울대·삼성SDS 동문 출신으로, 이 창업자의 신망이 특히 두터운 인물로 전해진다. 이 창업자가 고강도 인적쇄신 카드를 빼든 만큼 최 COO를 포함해 핵심 임원들의 직책 유지도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경영쇄신과 관련해 확정된 건 없으며,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 프로세스를 통해 결정되는 것으로 GIO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