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만에 또 증자…자금조달 우려 키우는 쿠팡
입력 21.10.28 07:00
자금조달 한계 극명…주주배정 유증, 유일 선택지
대표자산 전소로 담보가치도 하락…롤오버 우려
현금흐름 불안정한 와중 흑전까지 요원해진 상황
  • 쿠팡이 세 달 만에 또다시 증자 카드를 꺼냈다. 외부 투자자 유치·회사채 발행·부동산 담보대출 등 일반적인 자본조달 수단이 여의치 않다보니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됐다. 자금조달 한계가 극명한 상태에서 수혈 속도마저 빨라지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쿠팡은 최근 보통주 5877주를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5000만원으로, 조달규모는 총 2938억5000만원이다. 이번 증자는 지난 3월 쿠팡Inc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쿠팡은 앞서 7월에도 주주배정 유증으로 2287억4000만원을 조달했다.

    주주배정 신주 발행은 쿠팡에 사실상 유일한 자본조달 수단이 되고 있다.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3자배정으로 증자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엔 비상장시장에서 성장성에 기반해 대형 투자사로부터 수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상장하면서 투자 환경이 달라졌다. 누적적자에도 공격확장이 가능한 시기를 지나 이젠 가시적인 실적으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유통기업들에 비해 담보대출을 받을 자산도 마땅치 않다. 쿠팡은 앞서 2017년 골드만삭스 등 투자자들로부터 대표자산인 덕평물류센터와 상품재고를 담보로 내걸어 3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대출금은 올해 12월 이후로 차례로 만기될 예정이다. 자금 상환 압박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대표 담보자산은 최근 화재로 전소, 롤오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출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앞선 대출채권은 연 금리 4% 선순위와 8.5% 후순위 채권으로 구조화됐다. 통상적인 금융기관 기업대출과 비교하면 고이율에 속하지만 화재 및 신용도 하락으로 대출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적자기업인 만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평정받아 회사채를 발행할 여건도 되지 못한다. 업계에선 쿠팡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내몰릴 가능성까지도 열어둔다. 일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우니 옵션이 붙은 불리한 채권 발행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기존 부채 규모도 큰 상황에서 파생상품평가 손실로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이 또한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자금조달 한계에 봉착한 건 사실이나 턴어라운드 기대감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고 매출성장률도 꾸준히 상승세에 있다. 롤모델 기업인 아마존도 과거 꾸준한 증자로 자본을 조달하면서 재무건전성 우려를 부추겼지만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리스크를 상쇄시켰던 사례가 언급된다. 쿠팡도 흑자전환 구간에 접어들면 현 기업가치도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 그럼에도 업계 시각은 부정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 구조에서 쿠팡 흑자전환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가시화됐던 커머스 부문은 올해부터 매출총이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원가 상승이 주효했다. 이커머스 시장 내 판가경쟁 심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출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보지 못한데엔 저마진 구조의 유통업 특성 탓도 있다. 쿠팡 사업모델은 판매가를 최저가로 낮추고 배송료를 없애는 방식이다. 

    현금창출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도 아직 안정권에 접어들지 못했다. 지난해 3억달러(3300억원) 흑자로 전환했던 FCF는 1분기 다시 2066억원 적자전환했다. 2019년 흑자였던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지표도 지난해 다시 큰폭으로 적전했다.

    주력 사업도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사업 투자금은 매해 대규모로 예정돼 있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추가 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믿었던 커머스마저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못하는 탓에 자본 한계를 버틸 수 있는 기한이 점점 짧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쿠팡은 매해 대규모 CAPEX가 계획돼 있지만 흑자전환 가시성이 없으면 추가 증자는 불가피하다. 재무건전성 한계치에 봉착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면서 "사실상 상장 직후가 꼭지였다고 본다. 현재의 기업가치에도 의심을 가져야만 하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