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겪는 ETF 시장...이전투구 시작한 중견ㆍ중소 운용사들
입력 21.11.02 07:00
개인투자자 많은 ETF 시장, 몸집 불리기에 한계 있어
기관 유입 필요하지만 해외 ETF나 대체투자로 눈 돌려
‘TOP2’삼성∙미래 아래 운용사들, 점유율 경쟁 치열
  •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다소 주춤하면서, 자산운용사 간의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굳건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중하위권 운용사의 생존 경쟁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ETF 순자산가치총액은 63조6324억원으로 8월보다 5546억원 줄어들었다. 8월 시장 규모가 4조3728억원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크게 줄어들었다. 7월과 8월 증가세를 보이던 ETF 일평균 거래대금도 9월 들어 전월 대비 10.6% 급감한 2조3894억원을 기록했다. 5조원을 넘어섰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58.2%나 줄어든 것이다. 

    ETF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TF 시장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압도적으로 많아서다. 9월 ETF 일평균 거래대금 중 개인투자자는 47.7%인 반면, 기관투자자는 14.1%에 그쳤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 ETF 시총 비중은 10%, 유럽은 15% 정도인데, 우리나라도 적어도 7~8%까지는 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중앙은행이 ETF를 매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관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대비 ETF 자산총액 비중은 2% 중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ETF 자금 유입은 2019년 이후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로 ETF 순자산가치총액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코스피 대비 ETF 자산총액 비중은 2019년(3.5%)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2019년 이후 자금 투입을 많이 안 하고 갖고 있는 것을 조금씩 팔고 사고만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최근 개인투자자도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기보다는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을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도 “기관투자자들은 간접운용보다는 직접 주식을 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ETF에 투자하더라도 국내보다는 해외 ETF에 투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중하위권 운용사들의 경쟁전략도 변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이 과거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나 NH아문디자산운용 등 점유율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곳부터 목표를 삼고 있다. 

    ETF 담당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큰데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먼저 앞서갔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중하위권 운용사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과 미래의 점유율이 공고하기 때문에 좋은 전략이 아닌 것은 알지만 중하위권 운용사들끼리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ETF 담당 운용사 관계자도 “현재 중하위권 운용사 대다수가 삼성이나 미래보다 앞선다기보다는 ETF 시장 성장보다 아웃퍼폼 하면서 그 아래 운용사들부터 따라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운용사의 ETF 보수율 인하 경쟁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연금 투자자를 중심으로 ETF 장기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저렴한 운용보수를 통해 투자자에게 상품을 각인시키고 시장점유율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출혈경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ETF 보수율을 파격적으로 내리겠다고 하면 자금 유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홍보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