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시동거는 네이버, 조직문화 어디까지 개편될까
입력 21.11.04 07:00
취재노트
  • 네이버가 조직개편 막바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조직문화에 대한 내외부 비판을 인식, 이번 인사를 계기로 '네이버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단기간 외형을 크게 키웠지만 커진 덩치만큼 체계를 갖추진 못했다는 자성도 일부 있다는 설명이다.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대표이사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앞서 신설된 태스크포스(TF)가 새로운 조직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위한 인적쇄신안을 마련, 내달 발표를 목표로 막바지 검토 중으로 파악된다. 이번 인사에선 경영진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대대적인 대책방안도 함께 반영될 전망이다. 네이버에 올해는 기업문화를 둔 각종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해였다. 이 창업자도 이 같은 안팎의 지적을 인식, '이번 기회에 네이버 조직을 모두 바꿔버리겠다'는 취지를 갖고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시도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어느 정도로 쇄신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네이버는 경쟁사인 카카오를 포함해 IT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도 네이버만의 독자적인 조직문화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 다수와 협업을 이어온 만큼 파트너사 내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자주 오르내린다. 이를 종합해 보면 '배타적' '중앙집권' '효율적' '개발자 중심' 등이 주요 키워드들이다.  

    한 파트너사의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 문화는 상당히 배타적인 특성이 있다. 개발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직이고, 이렇게 형성된 이너서클을 중시한다. 이해진 창업자로 모이는 중앙집권 체제가 강력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해진 중앙집권' 문화는 지방분권 성격이 짙은 경쟁사 카카오와 비교되며 더욱 부각되는 면이 있다. 국내 사업전략부터 글로벌 사업 진출까지 이 창업자의 입김을 거치지 않는 안이 없다. 사실상 '이 창업자의 생각이 곧 네이버 전체 사업전략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계열사 통솔이 비교적 잘 되다보니 의사결정이 효율적이라는 이점은 있지만 각 계열사들의 독립성이 타사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도 많다. 

    사업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비공식적으로 직함을 내려놓은 임원도 내부에 다수 있다는 점은 업계 내에선 공공연한 얘기다. 그중 한 사업부는 타사와 협업하는 식으로 개편됐지만, 초기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구조조정 당했다. 당시 대표를 맡았던 인물은 이해진 창업자의 눈밖에 나 자리만 보전, 사실상 '숙청'됐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번 개편에선 조직원 인사권을 가진 리더급의 권한이 어디까지 부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책임리더는 리더와 대표급(C레벨) 사이에 신설되는 중간 관리자급 직책으로, 연봉 인상률·인센티브·스톡옵션 등 인사평가보상 등 전반에서 인사권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대한 내외부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면이 있다. 각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대표자 격인 만큼 조직원들에 대한 평가자로 적합하다는 평가와 함께 임원에 일임된 권한이 다소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네이버 노동조합을 통해 수차례 비판이 제기됐던 건이란 점에서 이번 개편안에 일정 부분 고민이 담길 것이란 예측이 많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앞서 일어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사망 사건을 두고 과도한 업무뿐 아니라 임원들의 절대적인 인사권에도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에선 "책임리더 등 상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몰아준 것이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 제기됐다.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같은 IT기업들은 '체계가 없다'는 점을 반대급부로 오히려 조직을 키울 수 있었다. 산업 특유의 자유분방한 조직문화는 단기간 빠르게 급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성장속도가 고점에 이른 만큼 '이제는 슬슬 체계를 생각해야 할 때'란 평가가 나온다. 어느 정도 성장국면에 진입한 올해를 기점으로 조직문화가 체계적이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가 여럿 제기되기도 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대기업은 체계적인 만큼 조직관리가 용이한 면이 있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네이버도 체계는 필요하겠지만 일반 대기업 같은 전철은 밟고 싶지 않을 것이고, 기존 자유분방한 문화에 어떻게 네이버만의 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