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안착은 됐지만 적용시점 놓고 고민하는 보험사
입력 21.11.16 07:00
2023 적용원칙이나 소급적용 가능
CEO성과와도 연동…예민한 사항 취급
  • 보험사에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적용시점을 놓고 보험사들이 고민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2023년부터는 모든 보험사들이 IFRS17을 적용해야 하지만 소급적용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마다 사정이 다른데다 CEO 성과와 연동된 예민한 문제이다 보니 각 보험사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IFRS17이 2023년부터 일괄 적용된다. IFRS17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지 10년이 되는 세월 드디어 제도 시행이 임박해졌다. 제도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보험사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감독당국 내에서도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회계투명성 강화’란 투자자들의 요구 속에서 결국 2023년 도입이 확정됐다. 

    일단은 업계에선 당초의 우려가 많이 없어졌다는 반응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IFRS17 도입이 되면 자본잠식으로 보험사들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최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우려는 불식됐다. 감독당국과 업계가 오랫동안 소통한 것도 IFRS17 도입 충격이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는 오히려 증권사들은 IFRS17 도입이 보험사에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자본비율이 높은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호기’로 보고 있다.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자본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외형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IFRS17 도입을 선도적으로 준비해와서 자본 변화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높은 채널 점유율에 힘입어 신계약 마진 방어하면서 외형 확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IFRS17 적용 시점에 대해선 보험사들간의 입장 차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IFRS17의 주요 골자는 이전의 보험계약을 상품처럼 판매 후 매출액, 이익으로 단순 평가하던 방식을 벗어나 정교한 분석을 통해서 수익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이는 보험계약이 장기 상품인데다 한번 팔고 나서 수익이 결정나는 구조가 아니라 금리 변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나기도 손실이 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상 IFRS17을 적용해 새롭게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IFRS17 적용시점을 언제로 하느냐에 따른 차이도 크다는 설명이다.

    즉 어떤 보험사는 2023년부터 IFRS17을 적용할 수 있고, 다른 보험사는 소급적용해 IFRS17을 적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다. 감독당국에선 소급적용은 각 보험사의 재량에 맡겨둔 영역이란 설명이다. 

    적용시점을 언제로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재무제표상 순이익 규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023년을 적용시점으로 삼으면 해당 년도에는 순이익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해당 년도에 판 보험계약은 당장의 수익인식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소급적용해서 10년전부터 IFRS17을 적용한 회사는 2023년 순이익에는 10년전부터 보험계약이 수익으로 잡히게 되어, IFRS17이 적용된 재무제표가 공개되는 2023년에는 오히려 예년보다 순이익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도입시점에 일시적인 회계 변화이지만 해당 년도의 임기가 만료되는 CEO들에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빅3 생명보험사인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등 대다수의 보험사 CEO 임기가 2023년 3월까지다. 여전히 CEO 성과평가 지표에서 당해년도 순이익이 중요한 요소란 점에서 현직 CEO 입장에선 최적의 ‘함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본확충 필요성 등을 고려하고 IFRS17 적용 시점을 각 보험사들이 고민하고 있다”라며 “CEO 입장에서도 임기 내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의사결정이다 보니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