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우리금융 본입찰 참여 관심 고조…연말인사 영향력 '촉각'
입력 21.11.17 07:00
한국금융,우리금융 입찰 참여에 관심
개인 최대주주 은행 탄생에 촉각
연말인사에도 영향 클 듯
  •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매각 본입찰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초미의 관심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이하 한국투자금융)의 참여여부다. 한국투자금융은 이미 4%가량 지분을 보유한 상태라 이번 입찰에서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개인 오너가 있는 회사이다 보니 은행의 최대주주에 개인 오너가 오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금융 연말인사도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18일 우리금융지주 매각 지분 본입찰을 실시한다. 낙찰자는 22일에 선정한다. 이번에 매각물량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약 15.13% 가운데 10%다. 최소 입찰물량은 1%, 최대 입찰물량은 10%다.

    지난달 8일 마감한 투자의향서(LOI) 제출에는 18곳이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대만 푸본금융 등 기존 과점주주들을 비롯해 호반건설, KT, 업비트 등 일반기업과 글랜우드 PE, 유진 PE, PS얼라이언스 등 사모펀드 등이 투자 의사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주 심사표를 확정하고 본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단연 관심은 한국투자금융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우리금융 민영화 시도 때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지분 4%를 매입했다. 이번에 추가로 4%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면 사외이사 추천권을 추가로 한 자리 더 얻어 총 두 명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는다. 

    한국투자금융은 김남구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우리금융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경우 개인오너가 은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주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입찰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선다면 확실한 경영권마저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내부적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검토하는 등 이번 입찰 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 오너가 은행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라며 “다만 정부의 민영화 주요 추진 방향 중 하나로 안정적인 과점주주 체제 구축이 있었는데, 이번 입찰을 통해 정부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실질적인 개인 오너를 만들어줄 것인지는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한국투자금융의 움직임에 촉각을 내세우고 있다. 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임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투자금융의 추가 지분 확보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한국투자금융이 우리금융 최대 주주에 오를 경우 인사에 있어서도 입김이 작욜할 수밖에 없다.

    비록 다른 과점주주들이 있긴 하나 4%안팎으로 지분이 분산되어 있고, 각자의 이해관계까 상이하기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이 4% 이상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한 자리 더가져 온다면 과점주주 체제에서 별다른 견제장치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행 조직은 인사에 민감한 곳이다 보니 인사에서도 한국투자금융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인사를 앞두고 우리금융 본입찰이 이뤄지는 만큼 임원들의 관심은 새로운 주주로 누가 낙점될 것인가다”라며 “한국투자금융은 금융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인사 등 경영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을 제외하곤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호반건설, ST인터내셔널(구 삼탄), 유진PE, 두나무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주력사업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우리금융 입찰 참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호반건설, ST인터내셔널 등 비금융주력자인 일반기업들은 4% 지분을 취득할 경우 은행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게 입찰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금산분리를 위해 은행법상 4%까지로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취득을 제한해 놨지만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예보의 민영화 과정에서 지분을 넓게 분산해 놓았기 때문에 4% 지분 취득과 사외이사 1석 확보만으로도 은행 경영에 직접 참여할 길이 열리게 되고, 단순 재무적 투자 이상의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금산분리의 근본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견해다.

    두나무의 경우도 사모펀드들이 LP(펀드 출자자) 형태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면 펀드의 LP로 참여하는 것과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큰 차이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입찰에 직접 참여해서 금융당국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 입장에선 우리금융 지분 매각 흥행 카드로서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라며 “가상화폐 거래소인 만큼 이번 기회에 금융당국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