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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더 이상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뜨거웠던 주식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했다. 투기판에 가깝던 가상화폐 거래의 위험성은 여전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오갈 데 없는 자금들은 새로운 투자처들을 발굴했다. 그 결과 올해 가장 뜨거운 투자처로 떠오른 시장이 과거의 전통(?) 자산을 대체하는 ‘미술품’ 시장이었다. 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미술품 시장은 MZ세대가 큰 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역대 최고 수준의 작품들이 전 국민적 눈길을 끄는 상황에서 내로라 하는 유명 인사들이 미술품 감상과 구매 행렬에 동참하는 행태가 미술품 시장 열풍에 한 몫 했다.
최근 미술품 시장에 등장한 MZ세대들은 예술품을 단순히 ‘소비’하거나 반대로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행태들이 혼재하는 특징을 갖는다.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예술품 구매에 동참하며 동질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 동시에 과거 명품과 한정판 의류·잡화를 재판매(리셀)하던 방식 등의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행태다. 즉 소비의 트렌드와 투자의 트렌드가 맞물리렸고 새로운 투자층이 합류하며 미술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화랑미술제, 아트부산 등은 관람객 숫자는 물론 미술품의 판매금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개최하지 못한 KIAF에는 올해 입장객 약 8만8000명이 찾았고 매출액은 약 65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판매액인 총 310억원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KIAF 현장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뷔’ 와 ‘RM’, 전지현, 이병헌·이민정 부부 등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며 열기를 실캄케 했다.
최근엔 현대·신세계·갤러리아·롯데 등 주요 국내 백화점이 모두 미술품 판매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미술품 전시·판매·중개·임대 및 컨설팅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정상화, 윤형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줄리안 오피(Julian Opie),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나라 요시모토(なら よしとも) 등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해 판매하기도 한다. 백화점들의 이 같은 전략은 작품 판매로 수수료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적보다 명품 소비자들을 유치하는 데 있다. 희소성 있는 작품을 통해 명품 소비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경매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세대의 유입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엔 일명 ‘수학1타’ 강사로 불리는 현우진 씨가 약 36억원의 일본 아티스트 ‘구사마야오이(くさまやよい)’의 작품을 약36억5000만원에 낙찰받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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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유입과 큰 손들의 활약으로 미술품 경매 업체들의 몸값도 치솟았다. 유일한 상장회사인 서울옥션은 지난해 435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는데, 올 상반기 이미 700억원이 넘는 낙찰액을 기록하며 전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주가는 지난해 초 주당 3000원대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만원을 웃돌며 상장 이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옥션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미술품 경매 전문업체 ‘K옥션’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K옥션은 지난 2016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사실 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영역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술품에대한 투자 방식도 다변화했다. 최초 렌탈을 통해 미술품을 감상하다 최종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뒤이어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미술품의 지분을 나눠 수많은 투자자들이 공유하는 지분 투자 방식도 보편화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대체불가토큰(Non Fungible Token) 등 예술품 등의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 블록체인화해 거래하는 방식도 활성화했다. 기존 전통의 투자자산에 비해 온라인, 오프라인 미술품의 과세의 영역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선 과도한 열기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도 한다.
현재의 열기가 예술품 시장의 확대와 아티스트의 처우 개선 등이 선순환 고리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보단, 단순한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일부 예술 업계의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또한 미술품의 매매 및 경매 또는 과세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관련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금융상품을 결합하는 등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사업 전략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미술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있겠지만 사실 투자의 영역에서 주목 받으며 성장한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며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의 과세 확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예술품으로서의 접근과 투자로서의 접근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접근을 통해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격히 성장하는 미술품 시장
고(故) 이건희 컬렉션, 아트페어 줄 잇는 유명인사들
미술품, 주식과 코인 대체제로 ‘주목’
희소성 높고, 과세는 미미…MZ세대 소비와 투자의 접점
단순 투자 접근 방식 우려도…”과세 강화시 버블 꺼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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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11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