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NEW) 삼성 '인사 시계 빨라진다'…대대적 개편 전망도
입력 21.11.18 07:00
고(故) 이건희 회장 작고 이후 2번째 정기인사
이재용 부회장 승진 및 후속 인사에 관심
대규모 M&A, 지배구조개편 등 현안 산적
이 부회장 NEW삼성 구현할 측근 인사에 주목
  • 대기업 전반에 걸친 정기 인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다. 다소 불안정한 사업에 대한 위기를 돌파하고, 대규모 M&A를 성사함과 동시에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화까지 꾀해야 하는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경영 전면에 나서진 못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창립 52주년을 맞아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고 강조했고 ‘뉴(NEW)삼성’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이후 대외적인 첫 메시지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재개함과 동시에 범위를 확대한 대대적인 ‘인사’에 나설 것이란 평가의 배경이 됐다.

    삼성그룹의 정기인사는 통상적으로 11월 말~12월 초 등 연말에 이뤄졌으나 사실 이 부회장이 옥고를 치르는 동안에는 대규모 또는 파격적인 인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원 인사의 폭도 최소화 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도 2018년 김기남 부회장(DS부문), 김현석 사장(CE부문), 고동진 사장(IM부문) 등 3인의 사내이사진을 구축한 이후 현재까지 뚜렷한 경영진의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그룹이 이사진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사내이사·사외이사진 주도의 자율경영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 같은 체제가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이 부회장의 부재(不在), 이에따른 의사결정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2017년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멈췄고, 대신에 친(親) 주주성향을 강조하는 대규모 환원책이 등장했다. 

    다행히 반도체 업황의 호황과 코로나 시대의 반대급부로 삼성전자는 사업적으로 호황기를 맞았으나, 이를 경영진의 치적으로 삼기엔 사실상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재계에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 일부는 교체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으나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유임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 연말 또는 조금 앞당겨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그룹의 정기인사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작고 이후 두번째 인사로써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도 관심 중 하나다. 명실상부한 이 부회장이 전권을 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및 사업구상을 구현한 인사들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규모를 발표했고, 이와 동시에 대규모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의반타의반으로 멈춰있던 투자 시계에 대한 문책성 또는 쇄신 의지를 비치기 위한 인사가 발표를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룹의 지배구조개편도 풀어야 할 하나의 숙제이다. 계열사의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내야하는 문제는 해결했고, 여당에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답보상태이기 때문에 당장의 현안이라기보단 다소 여유를 갖고 풀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이 부회장 스스로 4세 경영 승계를 포기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마련하는 방안, 계열분리와 같은 전략도 배제할 순 없다.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규제 이슈에서 벗어나고 궁극적으로 그룹 금융계열사의 처리방안도 상황에 따라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 또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를 통해 지배구조개편을 비롯한 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 또는 사업적 구상을 구현할 확실한 최측근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그룹의 특성상 일부 신사업 군을 제외하고는 외부 인사의 파격적인 기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내부 유력인사들 가운데서 하마평을 찾아보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섣부른 인사 예측은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룹이 과거 미래전략실을 대체하기 위해 삼성그룹 계열사 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황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조직인 각 TF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조직개편과 인사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의 정기 인사 속도에 삼성이 발맞추는 편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더불어 새로운 전략적 투자 방안들이 속속 제시되면서 새로운 인사 발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시점”이라며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예상해 볼 수 있지만, 그보단 신사업과 대규모 투자, 향후 이 부회장의 경영을 보좌할 최측근 인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