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에서 '메타버스·NFT'로 전장 이동…투자 키워드는 팬덤·코인·엔터
입력 21.11.18 07:00
[메타버스·NFT 대해부]
가상공간 채울 콘텐츠 경쟁 심화
서로 손잡는 이유, 결국 메타버스
시작은 팬덤 갖춘 엔터·게임 될 것
'세상 모든 것의 디지털 전환'
NFT가 이뤄낼까 관심 집중
시장은 디지털 자산 팽창에 베팅
  • '두나무와 하이브의 지분 파트너십' '카카오, 넷마블 자회사에 지분 참여' '네이버, 손정의와 AI 동맹' 'CJ, SM엔터 인수 추진' '엔씨, NFT·블록체인 접목 게임 개발'

    하반기 투자 시장에 등장한 굵직한 소식들은 각각 결이 달라보여도 맥락은 하나로 연결된다. 키워드는 메타버스 그리고 NFT(대체불가토큰)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네이버와 카카오를 주축으로 한 커머스 각축전이 한창이었다면 시장은 이제 가상공간을 채울 새로운 콘텐츠 경쟁으로 건너가고 있다.

    투자업계 관심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에서 '돈 많은 두나무가 무엇을 할 것인가'로 옮겨왔다. 그 청사진엔 언제나 '메타버스'가 깔려있다. 압도적 사업자가 없는 판에 두나무가 유망주로 떠오르고, 하이브와의 협업으로 밑그림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메타버스와 NFT가 산업 트렌드의 변곡점이란 점엔 모두가 공감하지만 아직 개념이 생소하고 모호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NFT의 시장 가치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가능성을 확인한 '자금' 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28년 약 98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57조원)와 비교해 연평균 43.3%의 성장 속도다.

    대체 NFT가 뭐길래

    NFT는 문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비트코인이 사용처를 정해두지 않고 대량으로 찍어놓은 가상화폐라면 NFT는 단일 사용처와 결합할 수 있게 소량으로 찍어놓은 가상화폐다. 

    세상에 단 10개만 존재하는 토큰을 발행해 BTS의 인스타 공식 계정 첫 게시물과 결합해 팬들에게 경매를 붙인다고 가정해 보자. 토큰은 해당 게시물이 '원조'임을 기술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게시물 활용을 위한 '소유권'도 보장한다. NFT 기술을 통해 '복사-붙여넣기' 한 파일과 구분이 가능한 것은 물론, 언제 만들어져 어떻게 거래됐는지 내역 추적이 가능하다.

    NFT 기술을 활용하면 리니지 게임 내에서 수억원에 거래되는 '집행검' 사례를 엔터 산업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어도 팬덤 내에선 상징적 자산으로 거래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가치'의 교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가상 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금액으로 환산되기 어려웠던 미술·음악·게임·부동산·금융 등 유·무형 자산들의 수익화가 가능해졌다"라며 "핵심은 NFT를 매개로 디지털 공간에서 일종의 사유재산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있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깃발 뽑을 자, 누구인가

    두나무와 하이브의 지분 파트너십은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임을 확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 업계에선 양사 거래가 물꼬를 트며 메타버스의 대중적 친밀도가 가파르게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모호하기만 했던 시장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할 거란 평이다. 

    메타버스 구현의 필수조건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 인프라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라면, '팬덤'은 여기에 시장성을 부여하는 초기 발판이 된다. NFT는 디지털 공간에 사유재산 장부를 만들어냈을 뿐 거래 가치를 부여하는 건 팬덤과 커뮤니티가 제격이란 이야기다. 

    엔터사 입장에선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개척자로 부상할 기회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팬덤을 끌어모으는 게 수익의 본질이란 점에서 엔터 업계는 NFT 기반 디지털 자본주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적임자로 꼽힌다. 강력한 팬덤이 있기 때문에 앨범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IP가 될 수 있다. 가상 콘서트는 물론 미공개 연습 영상까지 모두 수익화가 가능하다. BTS가 메타버스에서 콘서트를 열고 가상 굿즈를 NFT로 판매하면 현재처럼 앨범을 찍고 글로벌 투어를 돌 필요도 없다. 물리적 제약과 함께 원가 걱정이 없는 고마진 상품 시장을 개척하게 된 셈이다. 

    현재로선 하이브가 BTS를 발판 삼아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주도적 기회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마블 손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카카오엔터의 행보에도 시장의 관심도 상당하다.

    선발주자인 네이버가 제페토를 발판으로 어떤 확장성을 보여줄지도 지켜봐야 한다. 기술과 자본 모두 갖췄지만 자체적으로 내세울 핵심 IP는 아직 마땅치 않다. 제페토의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인데 이중 70%가 중국 이용자여서 당장 글로벌 플랫폼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이해진 창업자가 최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손을 잡으면서 승부수를 던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게임사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건설사 역할을 맡을 거란 기대를 받는다. 펄어비스와 위메이드 등에 이어 엔씨소프트도 NFT 행렬에 참여했다. "내년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 밝히자마자 엔씨소프트 주가는 장중 최대 29%까지 치솟았다. 

    메타버스·NFT와 현실 자산 간 동기화가 진행될수록 코인 거래소들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두나무 몸값은 반 년 만에 1조원대에서 10조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업체 등 '음지'의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두나무가 물꼬를 터주길, 주도권을 갖고 와주길 바라고 있다.

  • 코인판, 음지 밖으로 나온다면…

    금융권에선 NFT를 활용한 유동화 상품 등 새로운 플랫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아직은 초기 국면이며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1~3개월 미만 단기 자금 유동화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활용 가능 자산과 금융상품 폭이 넓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NFT가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달리 유동성 규모가 작아 자금 여유에 따라 저가 처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반면 담보물 처분에 따른 손실 발생 단점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블록체인 상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돼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용이하고 시장 가격에 대한 접근성도 실물 자산 대비 높은 편이다. 

    증권을 찍고 이를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 보유자에 이자율이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전통 자본시장 영역이 NFT에 침범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NFT와 결합 가능한 잠재 자산을 찾는 시도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결과적으로 화폐 개념까지 흔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능성까지 회자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코인 거래소는 코인판 내에서 중앙은행·거래소·예탁결제원·증권사 역할을 할 수 있고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동시에 금융당국 역할을 분산 수행할 수 있다"라며 "통상 3~6개월간 수백명이 투입될 일을 SW가 일괄 대체하면서 국경 개념까지 사라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너도나도 메타버스, 결국 '모든 것의 디지털화'를 의미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유력 사업자들이 추려지는 가운데 대기업도 성격을 가리지 않고 소액 투자라도 참여해 이 새로운 '유니버스'에 발을 들일 모양새다. 앞으로 경영 전반 활동이 디지털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싹쓸이하듯 나섰던 M&A도 같은 선상에 있다. 수백조 규모 곳간을 내세워 원격 업무용 SW 및 하드웨어(HW) 업체들을 사들였다.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MS가 향후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사실상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평이다. 

    같은 해 HW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이종 간 결합'이 진행됐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한 칩 수요에 대비해 통합반도체(SoC) 개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메타버스와 함께 태동할 XR 기기 시장과 같은 새로운 응용처를 감안해 반도체 시장의 혁신도 가속화할 것이란 목소리도 늘고 있다. 

    아직까진 NFT에 대한 투자 움직임이 '청사진'에 불과하단 점에서 회의론도 상당수 있다. NFT 소비 경험이 일시적 거품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NFT가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라고 평했다. 수많은 변수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럼에도 NFT 시장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과도한 낙관론이 판을 치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팽창에 베팅하는 쪽은 분명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