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될까 전전긍긍” 법률검토 나선 리츠ㆍ운용사들
입력 21.11.23 07:00
법조계, “부동산 운용사,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해당될 수 있어”
부동산 운용사들 중대재해법 관련 컴플라이언스 검토 나서는 中
운용업계, 최근 성장하는 리츠 분위기에 악재될 까 염려
  •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자산운용사와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운영회사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모호한 법률로 인해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부동산을 소유만 해도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일부 운용사들은 혹여 중대재해법 1호가 될까 로펌을 선임하고 법률자문을 받는 등 저마다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이나 기관 등의 문의가 많은 사항과 쟁점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들은 안전∙관리 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의무 범위 등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반발해왔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는 법이다.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 사업자와 경영책임자도 처벌 대상이 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중대재해법 5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 4조와 5조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지켜야 한다. 

    중대재해법에 정통한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소유권과 같은 재산적 권한에서 나온다고 해석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의 경우, 부동산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운용사들도 중대재해법의 리스크에 대비해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검토하고 나섰다. 한 자산운용사의 대체투자 운용역은 “최근 회사에서 부동산 투자 부문에 중대재해법에 적용이 될 수 있을지 컴플라이언스 검토를 했다”며 “적극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법무팀 관계자도 “부동산 사업하는 운용사라면 검토했을 이슈”라며 “자산운용사 대다수가 중대재해법에서 어디가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운용업계의 우려대로 리츠회사의 ‘지배∙운영∙관리의 책임’에 대한 법률적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리츠업계 측은 부동산 소유만 할 뿐, 관리나 운영은 다른 업체에게 위탁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에 관여를 안 한다는 입장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그 수익은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뿐인데, 중대재해법에 걸릴 수도 있다니 사업이익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미리 선임하는 방식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도 중대재해법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법 해설서에서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률 해석의 여지가 다분하자, 운용업계는 금융투자협회와 손을 잡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일부 자산운용사는 대형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중대재해법 관련 법률자문과 이슈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 판례가 축적되어야 업계의 혼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전문의 한 변호사는 “특히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마다 구조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법률적 리스크가 어떻게 될지를 자문하고 있다”며 “해설서도 고용노동부가 생각하는 방향의 기준에 불과하고 법률 해석의 범위는 수사와 기소를 거쳐 판례로 축적되어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운용업계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리츠 분위기에 중대재해법이 악재가 될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리츠회사들은 투자금이 없고 오래된 부동산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하거나 재개발을 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선순환 구조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증시가 주춤하면서 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중대재해법이 악재로 작용될지 염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