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바이오기업 예심…개인출자 리스크 우려하는 거래소
입력 21.11.26 07:00
거래소, 바이오텍 상장예비심사 잇따라 지연
정권 말기 정무적 이슈로 심사에 부담 느껴
최근 개인 출자규모 급증 따른 리스크 우려도
  •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거래소 심사가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정권 말기 정무적 이슈로 심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전과 함께 최근 특히 급증한 개인 투자자의 출자규모에 뒤탈을 우려하는 시각도 큰 분위기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거래소의 바이오 상장예비심사에는 2개월(45영업일)이 소요됐지만 현재는 대체로 이 기간을 넘겨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에 청구됐지만 현재까지도 심사가 진행중인 건도 다수 있다.

    지지부진한 예심에 결국 심사를 철회하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올해의 경우 8개 바이오텍 기업들이 심사를 중간에 철회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 사례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 결과 A등급을 받고 지난 5월 상장 예심을 청구했지만 6개월간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결국 심사를 철회했다.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과 관련해 거래소의 심사기준에 다소 변화가 생기면서 심사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는 이전처럼 매출액과 이익규모 같은 경영성과 등의 형식요건보다는 지배구조와 채무안정성 같은 질적요건을 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거래소는 창업초기 외부 투자를 많이 받은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서 경영권 문제나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근 바이오텍 기업들의 지분이 개인 출자자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유니콘 특례상장을 노리는 정밀 표적치료제 신약개발기업 보로노이의 심사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보로노이는 6월 코스닥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 내년초 상장을 목표로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보로노이 주주는 대체로 여의도 엔젤투자자 위주로 구성, 개인 투자자의 출자금이 상당하다고 알려진다. 지분율이 10%에 육박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있었는데, 거래소 측에서 이를 리스크로 인식하고 집중검토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상장 시 기업가치를 1조원대로 목표하고 있는 만큼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상장한 바이오텍 기업들을 보면 주가가 공모가의 반토막에 그치는 곳들이 상당수다. 그럼에도 기업가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에 최근 개인 출자금이 는 만큼 거래소도 특정 개인이 수혜를 입고 다수는 피해를 볼 가능성 등 뒤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근 정권 말기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무적 이슈까지 겹쳐 거래소 입장에서 심사에 특히 부담, 예심 지연이 불가피한 사정도 있을 것이란 관전도 제기됐다. 지금 같은 시기에 바이오텍 신규 상장사 몸값논란이 제기되면서 거래소가 표적이 되는 일은 최대한 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이다. 

    사실상 바이오텍 기업 대부분이 거래소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바이오 벤처투자사들도 미지근한 거래소의 대응에 전전긍긍이다. 계획했던 상장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회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VC 바이오 심사역은 "정권 말기 대선 이슈로 애매해지기도 했지만 거래소가 그동안 ‘바이오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상당 부분 학습,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키우면서 깐깐해진 영향도 있다”면서 “여러모로 바이오 투자회수가 쉽지 않아진 시점”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