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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가 된 코로나 상황에서 나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한 국내외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VC)들은 팬데믹이 무색하게 호황을 맞았다. 저금리를 피해 몰려온 기관투자가, 경기 침체 상황을 유동성으로 타개하기 위한 목적의 정책자금이 쏟아지며 PEF와 VC 모두 몸집을 키웠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M&A 시장도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이제까진 넘치는 시중 자금 힘입어 대체투자 참여자들 대부분이 호황기를 보냈다면 앞으론 대형PEF와 초대형VC 등 대형사에 우호적인 시장이 마련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선 투자 수단과 방식의 제한을 없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국내 토종PEF와 외국계PEF의 차별이 사라짐에 따라 국내 PEF는 과거 외국계PEF와 VC들의 전유물이었던 유니콘·데카콘 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제부터 PEF들은 은행과 증권사의 영역이었던 기업 대출도 가능하다. 개인 또는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비중이 높던 비상장법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해당 시장에 대한 투자도 전문투자자의 영역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아웃과 메자닌·인프라·부동산 등 투자의 경계가 허물어짐과 동시에 투자와 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무한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수년 간 대형PEF들이 투자와 회수에 나서는 동안 중소형PEF들은 펀드레이징에 집중했다.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관투자가(LP)들의 출자금이 중소형PEF에 쏠렸다. 이미 수년 전 조(兆) 단위 펀드 결성을 마친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을 비롯해 대형사 조 단위에 가까운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글랜우드PE, 스카이레이크PE 등도 드라이파우더(미소진투자잔액) 소진을 위한 투자에 열중했다.
중소형PEF 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반짝 반사효과를 누렸지만 내년부턴 다시 대형사들이 펀드레이징 시장에 뛰어든다.
IMM PE가 현재 운용중인 펀드(로즈골드 4호)의 올해 말 소진율은 약 70~80%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도 5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스페셜시추에이션(SS) 1호 펀드의 성과에 힘입어 2호 SS펀드의 규모를 증액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현재 5호 블라인드펀드의 절반 이상을 소진한 JKL파트너스 또한 내년도 새로운 펀드결성을 위한 투자자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야놀자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의 투자 성과를 거둔 스카이레이크 또한 내년 말 조 단위 수준의 펀드 결성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펀드의 절반가량을 소진한 VIG파트너스, 해외LP로만 펀드를 구성하는 한앤컴퍼니도 내년도 말부터 새로운 펀드 결성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 블라인드펀드를 만들지 못하고 프로젝트펀드만으로 운용하던 중소형·신생PE들은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일반 기업이 PEF에 출자하기 위해선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춰야한다. 결국 이미 대형화 한 탑티어(Top-tier)급의 PEF와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성공한 일부 사모펀드가 더욱 사세를 확장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형 PEF들의 고민도 결코 적지 않다.
일단은 출자 기관들의 대체투자 확대 기조가 명확하고, 출자 규모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무작정 펀드 규모를 늘리긴 어렵다. 국내LP들만을 대상으로 펀드를 결성하는 국내 대형PEF들의 경우도 한정된 출자자 풀(Pool)에서 펀드 규모를 늘리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3조 단위 펀드를 결성한들 ‘국내’에서 4000~5000억원대 이상의 대형 거래를 발굴하고 성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미 조단위 펀드를 무기삼아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글로벌펀드 그리고 대형화한 국내 PEF들이 경쟁하면 유망한 투자처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바이아웃펀드를 표방하는 PEF의 경우 종국엔 국내 대기업들이 잠재 후보군이지만, 어디까지나 대기업들의 확장 기조가 맞물려야 거래 성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5조원 이상의 초대형 M&A의 경우 사실상 국내에선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비교적 규모가 큰 크로스보더 거래의 경우 정부 당국의 승인 절차가 지연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존한다.
국내 대형 PEF 대표급 관계자는 “사실 PEF들이야 기관투자금으로 수천억원 이상, 조단위 거래를 심심치 않게 성사하고 있지만 대기업이라고 할 지라도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며 “국내 대형 거래들이 무작정 늘어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대형PEF들의 수익성 확보 전략도 다양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미 세컨더리(Secondary)란 단어가 옛말로 치부할 정도로 국내와 외국계PE를 막론하고 PEF간 손바뀜 거래는 고착화했다. LP들의 인식도 차츰 변화하는 추세다. 결국 PEF의 대형화 추세, 기업들의 활발한 M&A가 잦아드는 시점과 맞물려 대형 PEF 간 거래가 활발해 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과거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회수(엑시트)가 정통 바이아웃 PEF의 '오점'과 같이 여겨졌다면 이젠 주목할 수밖에 없는 엑시트 대안으로 떠올랐다. 올해만해도 일부 PEF와 VC들이 IPO를 통해 회수율을 극대화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투자의 영역이 파괴하면서 PEF와 VC의 영역 충돌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자기자본 기준 1000억원 이상의 VC는 10곳이 넘고 운용자산만 1조원 이상인 곳도 올해 10곳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까지 눈을 돌린다면 국내 대형PEF를 뛰어넘는 운용 규모를 자랑하는 VC들도 많다. 결국 PEF가 유니콘 기업과 같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투자를 집행하는데 있어 VC와의 충돌이 불가피한데 네트워크와 해당 분야의 전문성, 투자 결정의 유연성 등 아직까진 VC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뛰어넘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대형 PEF들이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려는 노력도 보인다. 크레딧펀드,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 등 새로운 투자의 툴(Tool)을 마련하면서 바이아웃 전략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그나마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인 해외 부동산 분야에선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해외 인프라 투자 등은 국내에서만 머물렀던 PEF들의 한계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 속 초호황 누린 PEF·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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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12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