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포스증권, 만년 적자에 무상감자…자금 댄 운용사 '회수 기대 안해'
입력 21.12.21 07:00
설립 이후 적자 이어져 무상감자 실시
유상증자로 자금 확보해 ETF 플랫폼 구축 계획
운용업계, ETF 플랫폼 실효성에 의문
  • 설립 이후 꾸준히 적자를 이어온 한국포스증권(구 펀드온라인코리아)이 무상감자를 진행한다. 재무 건전성을 높인 후 ETF 플랫폼 구축을 통해 흑자 전환을 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주로 참여 중인 운용업계에선 이래나 저래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건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포스증권은 지난 2일 발행 주식 전체(기명식 보통주식 및 전환우선주식)를 대상으로 61.77%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감자 사유는 '결손의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무상감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인 후, 유상증자로 ETF 플랫폼 구축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포스증권은 일반 펀드와 연금저축계좌에서 ETF 실시간 매매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구축해 내년 상반기에 제공할 계획이다. 그동안 실시간 매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ETF 판매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포스증권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펀드 온라인 플랫폼에 이어 상장지수펀드(ETF)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증자를 하기 전 감자를 진행했다"며 "투자시장에서 ETF에 집중하다 보니 공모펀드 시장은 침체됐다. 판매 보수가 저렴한 만큼 많이 팔아야 흑자 전환이 가능하지만, 타사보다 판매 부수가 적은 건 사실"이라 밝혔다.

    한국포스증권은 2014년 설립된 온라인 펀드 판매 증권사로 자산운용사와 증권유관 등 총 47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오프라인 판매 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운용사의 판매 채널 확보에 대한 부담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국포스증권은 선취수수료가 없고 판매 보수도 3분의 1 수준인 S클래스 펀드를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다.

  • 그러나 설립 이후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매년 적자가 발생하며 한국포스증권의 자기자본은 꾸준히 감소했다. 작년 영업손실은 84억원으로 전년 67억 대비 26% 증가했다. 

    준공공기관에 해당하는 한국증권금융이 2018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400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로 자리잡았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자본수혈에도 적자를 지속해 자본잠식에 빠지자 외부에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에도 매출 하락과 영업손실 확대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설립 취지에 많은 운용사가 공감해 십시일반 출자했지만, 지금은 원금 회수도 포기한 상태다. 관련 자금은 이미 전액 손실처리 했다"며 "2018년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기업에서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두고 사업과 관련 없는 한국증권금융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우려스러웠다"고 밝혔다.

    설립 과정에서 금융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설립 당시 금융위의 협조 요청에 눈치를 보다가 출자를 하게 됐다"며 "더이상 자본금을 댈 곳을 찾지도 못하고 결국은 금융위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고 비판했다.

    ETF 플랫폼 개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가입자는 주거래 증권사에서 펀드를 거래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업계 최저 보수를 내걸고도 한국포스증권의 판매가 부진했다"며 "ETF를 거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 말했다.

    이에 한국포스증권 관계자는 "작년부터 홈페이지 인기검색어 1위에 ETF가 오를 만큼 ETF에 관한 고객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며 "상담 채널을 통해서 ETF 출시를 요청하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