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는 쌓이고 갑자기 유전자 검사?…'실마리' 안보이는 뱅크샐러드
입력 21.12.23 07:00
취재노트
핀테크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신사업 고민 커져
"마이데이터 돈 안 돼"…의문부호 가득한 VC업계
VC들 투자금 회수도 우려…"원금이라도 건져야"
  • 금융에 IT기술을 접목시킨 '핀테크'(Fintech) 기업으로 알려졌던 뱅크샐러드가 최근 때 아니게 유전자 검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타액으로 유전자를 검사해 본인이 타고난 기질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서다. 'MBTI' 등 본인의 기질에 대한 관심이 많은 MZ세대의 흥미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종합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뱅크샐러드의 신사업으로는 '쌩뚱맞다'는 혹평도 나온다. 물론 유전자 분석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산관리에 마이데이터를 합치겠다는 복안이지만, 손실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이들의 비전(Vision)만으로 투자사와 시장관계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뱅크샐러드에 투자한 일부 벤처캐피탈(VC)들도 다소 불안한 눈길로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뱅크샐러드는 지난달 중순부터 고객들의 DNA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무료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가계부 앱으로 시작했던 뱅크샐러드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8월부터는 마이데이터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한 상태다. 

    뱅크샐러드는 건강 분야 마이데이터를 키우려는 의지가 크다. 건강 분야가 아니더라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장하려 해왔다. 고객의 동의를 받아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과 가입상품, 보험료 등에 대한 데이터를 교류, 보험상품도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시도는 그 이상으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 교류하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건강 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내밀한 부분인만큼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보험사와의 협약은 고객 동의를 받은 금융데이터에 한정된 부분이며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 및 저장해 보험사와 교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개인정보보호 및 데이터 보안에 관련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유전자 검사 관련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류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우려의 크기와 비교해 마이데이터 사업의 수익성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는 평판이 지배적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자산관리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시장에 뛰어드는 등 포화시장인 데다 올초부터 적용이 시작된 금소법도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뱅크샐러드는 2년째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그 규모도 100억원 가량 늘었다.

    자금세탁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하겠다고 공언하긴 했지만, 뱅크샐러드가 그것으로 돈을 벌기는 녹록지 않다"라며 "금소법이 적용되며 법적으로 제한된 부분도 있고 현 금융당국이 핀테크 업체들에게 상당히 냉소적으로 구는 상태다. 급속도로 성장한 핀테크들에게 의무감을 지우는 등의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 뱅크샐러드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평가는 냉혹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뱅크샐러드는 늦었다. 오픈뱅킹을 안 하는 곳이 없고 마이데이터도 사업성이 크지 않다. 유전자 검사도 돈이 안 되니 뛰어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VC업계에서는 뱅크샐러드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뱅크샐러드가 무엇을 하고싶어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가 신사업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상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핀테크 영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뱅크샐러드에 입사했던 전통 금융인들의 '퇴사 러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뱅크샐러드에 입사한 다수의 시니어급 인력들이 퇴사했다. 막상 입사해보니 생각했던 바와 현실이 달랐던 것이 주 원인이었다. 마이데이터를 고객들이 많이 쓸까에 대한 고민도 지울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뱅크샐러드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던 VC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뱅크샐러드는 2019년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으로부터 4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도 KT, 기아, 에스케이에스(SKS) PE로부터 650억원가량의 시리즈 D 투자를 받았다.

    뱅크샐러드도 시장 관계자들에게 성장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앱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돌파했다는 점을 홍보에 나선 것이 그 중 하나다. 다만 '월간 실사용자수'(MAU)가 아닌 '다운로드' 기준인 데다 '누적' 기준이어서 의미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돈이 되는 건 보험이나 대출 쪽이니 이런 금융상품들에 엮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를 고민하는 모습이다"라며 "뱅크샐러드도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텐데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