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도 내년 은행 수익성은 제자리…자산건전성·빅테크 '걸림돌'
입력 21.12.29 07:00
금리 인상에 따른 NIM 상승 추세 지속될 것
금융지원 종료 후 자산건전성 저하는 불가피
한국금융연구원 “내년 은행 당기순이익 1.1조원 감소할 전망”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은행 영업기반 약화 예상
  • 금리 상승기에도 2022년 은행의 수익성은 올해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할 전망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은 크지만, 코로나19 대응 정상화에 따라 대손비용 부담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 자체의 경쟁 상황도 좋지 않다. 또한, 당장 내년 1월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정식 시행되면서 빅테크 영향력이 증가할 전망이다. 은행의 디지털 대응 부담도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인베스트조선이 한국금융연구원,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금융유관기관의 금융업 2022년 전망을 종합한 결과, 이자수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내년 기준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기반은 개선될 전망이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NIM은 수신(예금)금리와 여신(대출)금리 간 예대금리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 상승기에는 NIM이 확대된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즉시 올리지만, 예금금리를 서서히 올리기 때문이다. 

  •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NIM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가정할 경우 은행 NIM(순이자마진)이 약 8~9bp(1bp=0.01%) 상승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기준금리뿐만 아니라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상승이 대출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은행의 순이자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내년 하반기에 추가적인 NIM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은행의 비이자순이익의 실적은 올해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유가증권관련손익 저하와 자산관리 영업 확대에 따른 수수료수입 및 신탁관련손익 증가의 요인이 혼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자산건전성 우려다. 

    업계에서는 만기연장·상환유예 규모와 대출금리 상승을 고려하면 금융지원 종료 이후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바라봐서다. 

    자산건전성 저하는 2022년 3월말까지 연장된 기간을 감안할 때, 2022년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021년 7월말 금융위원회 발표 기준 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원금·이자 상환유예 규모는 7.6조원, 만기연장 잔액은 78.9조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실제 건전성 저하 수준은 향후 경기 회복 속도와 금융지원 종료 시기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별 차이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자산건전성 악화는 은행의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6.8조원으로 올해 17.9조원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 실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뿐만 아니라 누적된 가계부채, 코로나19 이전부터 높게 유지된 중기·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높아진 부실가능성은 은생산업의 중장기적인 위험요인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핀테크 영향력 증가로 은행의 디지털 대응이 단기적으로는 투자부담을 증가하며,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의 브랜드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돼 은행과 핀테크업체 간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은행의 고객과의 접점이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은행 영업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2019년 12월 오픈뱅킹 시행으로 주거래은행의 개념이 약화됐고, 2020년 8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독점적으로 정보를 보유했던 은행의 정보 주도권이 양보됐기 때문이다. 즉, 무게중심이 점차 빅테크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미·중 갈등 심화, 국내외 긴축 통화정책 가속,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 외부 환경도 은행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및 백신 보급 추이에 따라 경제 성장 수준이 달라질 전망이라 내년 은행업의 사업환경은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