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도 신사업도 놓친 HDC현산...끝모를 신뢰 추락에 이미지 회복 ‘불투명’
입력 22.01.13 16:42
8개월 만에 광주 붕괴 사고, ‘아이파크’ 이미지 실추
HDC현산은 그간 실적 부진의 늪 깊어
‘알짜수익’ 주택부문마저 타격 입을 듯
건설사 ESG 기준에도 이미지 실추 커
  •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8개월 만에 발생한 붕괴 사고로 또 다시 신뢰성 위기에 직면했다. 그간 고급 브랜드 ‘아이파크’를 기반으로 주택부문 강자로 불렸지만 연달아 발생한 사고로 부실공사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매출의 대부분을 주택사업에서 내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장 올해 실적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건설업계에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역행하며 향후 자금조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 11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소재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외벽과 슬래브가 붕괴하는 사고가 터진 뒤 HDC현산 주가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11일 0.19%, 12일 19.03% 크게 떨어진 데 이어 13일 역시 장중 3% 이상 하락하다 1.2%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번 사고가 작년 6월에 이어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에 되풀이됐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6월 HDC현산은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의 시공사였다.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형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의 붕괴사고를 일시적 리스크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악재로 파악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그동안 HDC현산이 신사업으로 디벨로퍼 및 모빌리티를 주요 부문으로 꼽은 바 있다. 그러나 모빌리티 사업 분야는 지난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코로나 발발로 불발되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다. 결국 남은 분야는 시공, 그중에서도 주택부문 위주인데 신뢰성 위기로 그마저 사업 발전이 요원한 상태를 맞은 셈이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시점도 공교롭다. HDC현산이 작년 한 해 사업적으로 부진한 한 해를 보내며 올해부터는 기존 강점을 가진 주택사업 부문에서 실적 반등의 기회를 꾀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HDC현산은 2019년부터 이어진 분양 부진 등으로 지난해 자체 및 외주 사업 매출이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작년 매출은 약 3조2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HDC현산은 자체 시공 사업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지를 매입해왔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는 그린벨트 해제 및 분양 장려 등의 정부 정책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워오던 차였다. 

    하지만 8개월 간격으로 터진 건설 사고로 HDC현산이 향후 주택부문에서 자체 시공 사업을 수주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HDC현산의 부실 공사 이미지가 커지면서 착공 직전인 일부 재건축조합에서는 HDC현산과 맺어뒀던 계약을 취소하고 시공사 교체에 나서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아이파크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겠냐’는 등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탓이다. 건설사의 안전성 이미지와 향후 수주 실적이 직결되어 있는 만큼 당장 HDC현산의 사업 펀더멘털 역시 입지가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HDC현산은 대부분의 매출을 주택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업계 상위권인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해당 부문에 주력해온 덕분이다. 2020년 주택사업 매출비중은 85.2%였고, 작년 3분기 기준 86.4%까지 오른 바 있다. 금번 붕괴사고로 인한 이미지 하락이 HDC현산 주력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으로 분석되는 배경이다. 

    향후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건설업계에서 최근 트렌드인 ESG 등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작년 6월 사고 당시만 해도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일회적 사건으로 당장 등급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HDC현산의 재발 방지 약속에도 얼마 안 되는 기간에 또 다시 발생한 붕괴사고가 터진 만큼 등급 유지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사고가 되풀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손실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당장 사고현장에서는 짓던 것을 철거하고 다시 건물을 올려야할 수 있고, 입주 지연이 발생하게 되면 주민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비용도 어마어마해진다. 앞으로 수주 활동 전망도 밝지 않아 실적 차원에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는 실종자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 및 사업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