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를 예고 없이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제도나 규정이 정비된 것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코인 매각에 따른 법적인 문제는 없다.

컴투스 등 국내 다수의 게임사가 코인을 자체 발행하고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들면서 코인 매각이 게임사들의 신흥 자금 조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거래소에 매도할 경우, 외국환거래나 세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회계처리나 조세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대선 등 정치 이슈로 인해 구체화하는 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가 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예고없이 대량으로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위메이드는 매도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처분 시기와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추산하는 매도 개수는 5000만개, 금액으로는 약 2000~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논란은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논란이 불거진 11일, 위메이드 주가는 개장 2시간만에 15% 폭락했다. 위믹스의 업비트 상장 소식에 반등에 성공하며 8.84% 급락한 13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언론인터뷰에 나서며 진화에 나섰지만 13일에도 전일 대비 약 2% 하락한 14만3100원에 장마감했다.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11월(24만5700원)에 비하면 40% 넘게 하락한 것이다.  

위메이드 측은 단기간 대량 매도가 아닌 장기간 분산매도였으며, 위믹스 백서를 통해 밝혔다는 입장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12일 "해외시장에 위믹스 일부를 장기간 분산매도한 것"이라며 "매도 대금도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및 투자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총 발행량의 74%를 생태계 활성화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위믹스 백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매도 대금을  ‘애니팡’ 게임사인 선데이토즈 등 게임사 인수대금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됐지만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위메이드의 코인 매각에 따른 법적인 문제는 없다. 법적으로 암호화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공시할 의무도 없고 했던 전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위메이드는 위믹스 공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같은 전통적 자금확보 수단보다 자체 보유한 코인을 매각하는게 합리적이다. 주관사를 선정하거나 신용평가를 받는 등 전통적인 자금확보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도 있어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장사가 일반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나 회사채를 발행하지만 위메이드처럼 자체발행 코인이 있으면 코인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는 게 쉽고 빠르지 않겠냐"며 "물론 코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부를 뺏어서 위메이드만 좋은 일인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영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유상증자나 CB 발행과 같은 다른 수단이 있는데 위믹스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지에 대해 "위믹스라는 엄청난 재원이 있는데 이걸 왜 회사에서 안 써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위메이드와 같이 자체 발행한 코인을 통한 자금 확보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임사들이 NFT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P2E 게임(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개발에 나서며 코인을 자체 발행하고 있어서다. 최근 컴투스홀딩스는 올해 자체 발행 코인 ‘C2X’를 발행할 계획이며,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코인 ‘보라’를 발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의 한 변호사는 "기존의 벤처투자가 모험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될 만 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비판에 코인이 등장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코인 발행이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인의 코인 매도가 외국환거래나 세금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메이드도 위믹스 매도는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에 매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현재는 암호화폐를 아직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기타자산으로 취급하다 보니 외환규제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 여부도 코인 매도 회사의 회계처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발행한 코인을 일종의 제품으로 보고 판매한다면 매출로 봐서 법인세의 대상이 되지만, 일종의 양도 차익으로 본다면 조세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모호한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도 코인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합의된 바가 없다. 

암호화폐 시장에 정통한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회사들이 회계법인과 협의해서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해오다보니 같은 거래지만 회계처리가 다른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법인의 주요한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의 대상이 된다는 식의 유권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을 내려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차기 정부에 과제로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