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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삼성SDI는 이런 분위기와 다소 거리가 멀었다. SK와 LG가 그룹의 역량을 배터리 사업에 쏟은 것과 달리, 삼성SDI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가 없었다. 삼성그룹 전략의 중추 역할을 하다가 삼성SDI를 이끌게 된 최윤호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게 됐다. 그룹 수뇌부와 소통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한편, 투자자들을 설득할 확장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최 사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최윤호 사장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을 시작으로 미래전략실 후신인 사업지원TF의 담당임원을 거쳤고, 2020년 1월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올랐다. 줄곧 재무 관련 업무를 맡은 재무통이자 이재용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은 작년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최윤호 사장은 박학규 사장(삼성전자 SET부문 경영지원실장)과 함께 항상 '포스트 정현호'로 거론돼 온 중요 인사다.
최윤호 사장은 작년말 인사를 통해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으로 왔는데 이에 대해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그룹 내 존재감이 크지 않은 삼성SDI에 중요 인사가 온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에스원 대표이사로 이동한 노희찬 사장과 같은 사례도 있었지만 삼성전자 사장과 계열사 사장을 대등한 위치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SDI의 그룹 내 입지는 모호하다. 중추인 삼성전자의 계열사이고 세계적으로 뜨거운 배터리 산업의 일원인데 정작 그룹 안에서는 반응이 미지근하다. 배터리 산업은 설비 증설과 규모의 경제 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업체들도 생산 설비를 빠르게 늘리는 곳이나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배터리사에 먼저 발주하고 있다.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기 힘들고 마진율도 박하다 보니 삼성그룹도 삼성SDI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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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터리 3사의 상황과도 대비된다. LG는 LG에너지솔루션, SK는 SK온 육성과 자금 유치에 온 그룹의 역량을 들이고 있다. 그룹 내 가치사슬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LG와 SK는 중국 CATL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현지 공장 증설에도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서며 ‘2위’라는 점을 공공연히 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0월 18일 스텔란티스와 JV 설립 계획을 발표했는데, 삼성SDI도 다음날 스텔란티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 시장에선 삼성SDI의 미국 진출 파트너로 스텔란티스가 낙점됐다는 소문이 많았던 터라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SDI 배터리 사업은 그룹에서 계약 가격까지 챙길 정도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는 줄이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만 관리하는 식이다 보니 움직임이 소극적이었고, 결국 LG에 선수를 빼앗긴 모양새가 됐다.
최윤호 사장 입장에선 경쟁은 심하고 투자는 뜸한 영역으로 내려온 상황이 썩 달갑지 않았을 수 있다. 영전인지 좌천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권영수 부회장), SK온(최재원 부회장) 모두 그룹의 2인자 격이 수장으로 온 만큼 삼성SDI 행도 꼭 낮춰 볼 것은 아니란 평가 역시 있다.
최윤호 사장은 그룹 전략재무 라인의 중추로서 주로 투자, 즉 어떻게 돈을 쓸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이제는 돈을 직접 벌어야 하는 사업회사를 이끌게 됐다. 삼성SDI는 그룹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인사가 왔으니 삼성SDI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해볼 만하다.
최윤호 사장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투자금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증설이 곧 점유율과 이익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금 집행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SDI가 일부 사업부를 유동화해 투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예측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임 전영현 사장은 엔지니어로서 삼성SDI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는데, 최윤호 사장은 재무통으로서 그룹에 지원을 요청하고 설득하는 데 유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 사장은 취임사에서도 ‘수익성 위주’ 사업을 강조했다가, ‘수익성 우위’로 표현을 바꿨다. 반드시 당장 돈을 남기는 데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물량을 경쟁사로부터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SDI의 최대 고객사인 폭스바겐은 현재 국내 3사 모두에게 각형 배터리 납품을 구애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의 주력 제품으로 LG나 SK보다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폭스바겐이 마진 박하기로 유명하다지만 이 물량을 경쟁사에 놓치면 삼성SDI가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다. 일단 수주 성과를 내고 시장에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큰 배터리 발주건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 폭스바겐을 놓치면 당분간 추가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폭스바겐 물량을 삼성SDI가 아닌 LG나 SK가 가져가게 되면 최윤호 사장이 왔는데 대체 달라진 게 뭐냐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전략통 최윤호 사장, 변방 삼성SDI 수장으로
삼성SDI, 수익성 중시하며 증설 경쟁에선 뒤처져
굼떴던 삼성SDI 변화 생길지 최 사장 역할론 주목
그룹 지원 설득하고 신규 수주 및 청사진 제시해야
삼성SDI, 수익성 중시하며 증설 경쟁에선 뒤처져
굼떴던 삼성SDI 변화 생길지 최 사장 역할론 주목
그룹 지원 설득하고 신규 수주 및 청사진 제시해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1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