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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 온 차등의결권 도입이 또 한번 무산됐다. 숙원이 잇따라 좌절되면서 벤처업계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소액주주 표심잡기'가 정치권 화두가 된 만큼 대선 전 통과는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에 국내 유망 스타트업 위주로 플립(Flip·본사 해외 이전) 혹은 해외 상장 등의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차등의결권 관련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논의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여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했다.
차등의결권의 취지는 벤처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지분 희석은 방지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다만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휘어잡을 수 있다보니 재벌의 경영권 세습 특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번번이 제동 근거가 돼왔다.
지배력이 대주주에 집중되면서 의결권이 희석된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가장 큰 통과 장애물이다. 대선 전까지 남은 한 달여가 통과의 골든타임으로 기대돼 왔으나 '주주표심'이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현재 차등의결권은 사실상 이에 배치되는 공약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수 창업가들이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을 보호한 구글과 페이스북·알리바바·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빅테크 사례가 국내에도 나타나길 기대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을 근거로 유니콘 기업의 해외 이탈 방지 차원에서 언급되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도입 기대감을 갖기 어려워졌다.
이에 업계선 유망 스타트업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더욱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플립(Flip·본사 해외 이전) 혹은 해외 상장 등의 대안이 특히 최근 자주 거론되기 시작했다.
플립은 한국 법인의 주주 구성 및 지분 비율을 그대로 미국 신규 법인으로 옮기는 형태를 말한다. 플립으로 투자유치시 국내에서 받는 밸류보다 훨씬 높은 밸류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플립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법인 이전에 따른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한국계 주주가 액면가 또는 액면가에 근접한 금액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가 많아 차익이 클 만큼 미국 회사로 법인을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 주식 매도, 미국 주식 취득에 따른 양도차익이 발생한다"며 "바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인 만큼 부담이 크고 외국환 거래로도 난점이 꽤 있는 구조라 가급적 권유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이에 부담을 느낀 엔젤이나 VC들이 플립을 반대해 무산하는 경우가 일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절차가 복잡해 서류 업무가 비교적 까다롭고 펀드 제반의 제약이 있다는 점도 기관 설득이 쉽지 않은 요인으로 언급된다. 주주간 계약에 따른 동의권을 요구하는 만큼 기관 투자를 이미 받은 경우엔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다수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기업가치 500억원일 때가 플립의 최후 마지노선이다.
그럼에도 유망 스타트업들의 플립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한 투자사 임원은 "해외 쪽 투자를 받거나 해외 인력을 뽑아야 할 때가 주된 플립 계기가 된다. 투자금이 유독 몰린 작년 이후로 창업가들 사이 플립 수요가 특히 많다"고 전했다.
국내 유니콘 가운데 최초로 플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뤼이드 사례가 특히 주목받는다. 플립을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뤼이드처럼 소프트뱅크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경우라면 예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뱅크는 뤼이드가 미국에 가면 현재 기업가치보다 10배 높은 수준까지 책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플립과 더불어 해외 증시 상장 바람도 올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공모 대어'들이 속속 미국행을 선언하면서 증권가에 위기의식이 감도는 상황이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두나무 등 대형 유망주들에 힘입어 스타트업까지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같은 맥락에서 재차 회자되고 있다.
벤처업계 숙원 '차등의결권', 입법통과 재차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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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1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