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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제2의 붐’으로 불릴 정도로 역대급 투자가 이뤄졌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시장의 유동성이 맞물렸다는 평가다.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에도 올해 역시 예년과 비슷한 투자 열기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기업의 잇딴 CVC(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 자회사 설립 및 사모펀드(PE)들의 초기 투자 움직임 등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들의 사업적 성과는 갈수록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간 코로나19로 생존 기로에 서 있는 회사들이 많아진 데다 안정 지향적 투자를 지향하는 하우스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지난 2021년 스타트업 업계는 약 11조7287억원 규모, 1186건의 투자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수치를 나타냈다. 전년 대비 건수는 1.5배, 투자규모는 무려 3.3배 증가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도 많아졌다. 1000억원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은 약 19곳으로 2020년 대비 6.3배 증가했다.
정부의 벤처 지원 정책과 시장의 풀린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맞물려 이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올해에도 작년과 같은 ‘벤처 열풍’이 불지 장담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꾸준한 벤처투자 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반 투자 시장에 유동성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각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벤처투자’ 키워드가 오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8일 ‘벤처 투자규모 10조원’, ‘K비전펀드 50조원 조성’ 등의 공약을 내세웠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업에 지원을 집중할 의지가 나타낸 바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약 10여 년 전부터 역대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 청년창업 등이 키워드로 등장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며 “이번 후보들 역시 당선 직후에는 혁신기업 투자 지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수요와 대형 사모펀드(PE)들의 스타트업 투자 움직임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고 있는 점도 투자 열기를 더해주고 있다.
올해부터 지주회사 CVC(기업주도형 벤처투자회사) 제도가 시행되면서 GS를 시작으로 LG와 SK가 CVC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첫 발을 끊은 GS벤처스는 지주사 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대형 PE들도 VC본부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통적인 PE딜을 발굴하기가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조금 더 앞단의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이를 세컨더리(구주유통) 펀드로 PE본부에서 투자하는 구조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자문업계 관계자는 “최근 PE들이 VC 투자를 위해 별도의 본부 설립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며 “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의 초기 단계부터 딜 발굴을 하려는 하우스들의 니즈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늘어난 투자 ‘수요’만큼 양질의 투자 ‘대상’을 잡으려는 VC들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확대된 스타트업 투자 수요를 감당할 만큼 건실한 스타트업을 얼마나 발굴할 수 있느냐는 점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간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로 이미 생존기로에 놓인 스타트업들이 많은 데다, 향후 다가올 금리 인상으로 외형 성장보다는 이익 추구형 투자 대상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상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사업 실패의 위기에 직면해왔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피봇(사업방향 전환)에 성공한 기업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 반면, ‘좀 버티면 낫겠지’하는 대응을 선택했던 회사들은 폐업 절차를 밟은 곳들도 있다. 특히 여행이나 해외 연수, 레저, 오프라인 모임 등을 기반으로 했던 스타트업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오고 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내실 다지기를 게을리 했던 일부 스타트업들과 오히려 해당 위기를 기회로 잡은 이들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이를 겪은 VC 투자자들 역시 올해부터는 성장보다는 이익에 집중해 ‘몸을 사리는’ 투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이미 올해부터는 마케팅 비용 투입으로 몸집만 불려왔던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고 본다”라며 “기초 체력이 튼튼한 이들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작년 역대급 ‘벤처붐’에 이어 올해도 유동성 공급 조짐
대선후보들 대부분 벤처투자 활성화에 초점
PE들도 VC 본부 만들어 초기부터 투자하려는 움직임
스타트업 ‘생존’ 경쟁은 치열해질 듯...양질의 딜
대선후보들 대부분 벤처투자 활성화에 초점
PE들도 VC 본부 만들어 초기부터 투자하려는 움직임
스타트업 ‘생존’ 경쟁은 치열해질 듯...양질의 딜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1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