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건드리는 금감원…'후발대' 유니콘 임원들도 '촉각'
입력 22.01.26 07:00
금감원, "스톡옵션 제도 개선 사항 살피겠다"
주요 경영진 한해 행사 제한기한 생길 전망
상장행렬 동참못한 '후발대' 유니콘은 '울상'
행사차익 기대했지만…"보상 의미 퇴색 우려"
  • 금융감독원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제도 손질을 시사했다. 주요 경영진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행사를 제한시키는 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 집단 주식매도로 전국민적 논란을 빚은 카카오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아직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못한 '후발대' 유니콘 기업의 임원들도 제도 변화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0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스톡옵션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제도 개선 사항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앞선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매도 사태와 관련해 일반투자자 보호 차원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또한 금융당국과 함께 신규 상장기업 스톡옵션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그간 기업과 상장 주관사의 자율에 맡겨졌던 스톡옵션 행사의 제한 규정을 더욱 명문화하는 식으로 개선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집단 행사가 위법 사항은 아니었던 만큼 이번 사태는 당초 국민 정서와 주주가치 차원에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까지 직접 칼을 빼들면서 스톡옵션 문제는 법적인 문제로까지 확대, 제한 범위가 까다로워지는 양상이 되어가고 있다. 

    주된 타깃 대상은 임원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상장 후 1년간은 매도를 제한할 계획을 밝혔다. 논란이 된 카카오페이 임원 중 재신임된 5명은 스톡옵션 수익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기로 했다.

    아직 상장행렬에 동참하지 못한 '후발대' 유니콘들은 다소 착잡한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도 '투사'와 '역적' 사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2년은 대형로펌, 동종업종 대기업 상장사, 사모펀드(PEF) 및 벤처캐피탈(VC) 등에서 유망 스타트업 헤드급으로 이직 행렬이 유독 잦았던 해였다.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대표적으로, 당근마켓·비바리퍼블리카(토스)·SSG닷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인재를 빨아들였다. 

    스톡옵션은 이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이전 몸담고 있는 회사보다 연봉은 다소 낮더라도 IPO 시 돌아오는 차익이 이를 크게 능가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반영됐다. 급여 패키지 협의 과정에서 고정금 대신 스톡옵션을 우선 선택한 임원도 다수 있었다. 

  • 이들 사이에선 보수적으로 돌아선 금융당국 기조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일부 나오고 있다. 상장 목표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채찍질해왔지만 스톡옵션 행사가 '탐욕'의 상징으로 전락하면서 동력을 일부 상실했다는 토로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이는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보상방안으로서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매도 시기 제한 기준을 성립하기에도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투자업계 총평은 "그럼에도 유니콘 상장행렬 초기 얻은 학습효과는 있었다"로 요약되고 있다. 

    한 유니콘 기업 임원은 "이번 사태는 여전히 찬반 여론이 뜨거운 사안이지만, 교훈을 얻어본다면 '공모시장 무섭다'는 걸 스타트업들도 깨달을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니콘들이 공모시장 등 기존 자본시장과 융합하는 과정을 거치는 시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했다.

    금융당국 규제와 별개로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스톡옵션 행사가 쉽지 않은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는 관전도 있다. 임직원의 노력으로 회사 가치는 상승했더라도 주식시장 침체란 장애물을 마주해 행사 자체가 쉽지 않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