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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결국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이번 거래는 구추매출 비중이 75%에 달해 사실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평이 짙었다. 또한 국내 주요 건설사보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까지 끌여들여 높은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배수를 적용, 고밸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8일 현대엔지니어링은 25~26일 이틀간 이뤄진 기관 대상 수요예측 이후 IPO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았던 까닭에서다. 일각에선 경쟁률이 100대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성적표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 기관들이 써낸 금액도 200억원 수준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전에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5만7900원~7만5700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6조500억원으로, 현대건설의 시가총액(4조8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수요예측 참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내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라는 배를 기관들이 타야할 유인은 없다"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모주식수(1600만주)의 75%를 구주매출한다. 상장 이후 1대 주주인 현대건설(38.6%)과 현대글로비스(11.67%) 등의 지분율도 줄어들지만 유독 눈에 띄는 건 정 회장의 보유지분 감소 추이였다. 정 회장의 지분율은 IPO 이후 지분율이 11.7%에서 4.5%로 줄어든다.
회사 측은 상장 전 기자간담회에서 1조8000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대규모 신주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논리로 구주매출 비중에 대한 논란을 해명했다. 아울러 추후 유상증자 진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회사 측 설명이 오히려 그룹 오너 구주매출용 IPO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보였다"라고 평했다. 회사 논리대로라면 굳이 IPO를 추진할 필요 없이, 순현금을 토대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지분매입에 나서도 될 일이란 이유에서다.
기관들은 구주매출 비중이 높지만 마땅한 미래 성장비전과 실적을 보여주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랄한 평가를 내려왔다. 일례로 작년말 수요예측 흥행저조로 IPO를 철회했던 시몬느액세서리의 경우, 회사는 구주매출 비중을 80%나 잡았으나 기관들은 "핸드백 ODM생산 사업의 전망이나 매력을 모르겠다"며 외면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쟁사 대비 '숫자'도 이렇다할 매력을 주지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작년 3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경쟁사인 삼성엔지니어링(16.4%)과 대우건설(14.4%)보다 낮은 8%대다. 매출에 대한 건축·주택부문 비중도 지난해 3분기 45.7%에서 지난해 말 50% 정도까지 증가할 전망인데, 이는 현대건설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엔지니어링은 경쟁업계의 낮은 상각전영업이익 배수(EV/EBITDA)를 보완하기 위해 피어그룹(Peer Group)에 WSP글로벌(22.74배), 제이콥스(21.58배) 등 해외 기업을 편입, 적용 EV/EBITDA를 11.64로 맞췄다. 이에 기관들 사이에서는 "과도하게 공모가를 높였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최근 코스피 지수가 연일 추락하는 등 국내 증시의 하락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최근 2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코스피도 2800선이 붕괴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2600대를 기록 중이다.
건설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에 힘입기도 어려운 환경도 작용했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ESG 테마로 상장하려는 기업들을 포트폴리오로 담는 펀드를 조성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ESG 테마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이 많은 데다, ESG 기업이라해서 주가가 향후 크게 오를 것이란 평가도 줄어들어, 기관 입장에서는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하기 쉽지 않아 결국 의사를 접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에서 위탁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ESG 관련 점검을 나오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의 수요가 적어 채비를 하기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지난해부터 ESG 열풍이 분다고 말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진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를지 미지수란 평이 나오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비싼 공모가·높은 구주매출에 부담느낀 기관들
정의선 회장 지분 엑시트로 인식된 탓 커
정의선 회장 지분 엑시트로 인식된 탓 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1월 27일 16: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