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버텨야 할 때'…비상장 바이오 조정장 예고하는 FI들
입력 22.02.07 07:00
비상장 투자만큼은 디스카운트 없었던 바이오
라이센스아웃 시장기대 과도 지적…시장 피로감
직전 라운드와 비슷한 밸류로 투자 제안 사례 多
올해 비상장 바이오사 밸류 조정구간 진입 예상
  • 바이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올해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혹독한 조정장을 예상하고 있다. 통상 바이오 시장에서 비상장사는 상장사와 비교해 투자 디스카운트(할인)가 거의 없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더이상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는 현재의 밸류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잇따라 제기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담은 투자자 사이에서 올해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최근 다수 제기됐다. 

    바이오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통상 바이오는 기업공개(IPO) 시점까지는 그래프가 쭉 올라간다. 비상장 투자에서만큼은 디스카운트가 잘 없었다는 얘기다. 몇 년 내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사실상 밸류 대부분을 견인해왔지만 현 시점에선 더이상 막연한 미래 기대감만으로 버티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2~3년 사이 특히 초기 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이전과 비교해 두 배 가량 올랐다. 하지만 상장 전 단계에서 이미 높아진 눈높이를 실제 공모시장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잇따라 생기며 문제가 발생했다. 공모가 하회 등 주가가 맥을 못 추리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바이오 기업들이 특히 주력해온 라이센스 아웃(기술·지적재산권이 들어간 상품의 생산·판매를 타사에 허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했던 영향이 거론된다.  

    비상장사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상장사는 몸값 유지를 위해 라이센스 계약에 몰두해 왔다. 특히 글로벌 라이선싱을 위해 다국가 임상에 도전하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목표로 자리잡았지만 임상 진행 경과마저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 폭등과 낙폭을 수차례 경험, 시장의 피로도가 일었다. 

    제약업계 내에선 시장 분위기를 급반전할 수 있는 1조원 이상의 빅딜이 이전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올해는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밸류에이션 조정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수 투자 담당자들에 따르면 최근엔 직전 라운드와 비슷한 밸류의 투자에 합의를 보자는 식의 오퍼(제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투자 사이드에서도 바이오 비상장사 조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기업 입장에서 회사 유지를 위해서라도 운영을 위한 투자유치 수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엇갈리는 밸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이전만큼의 몸값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공모시장 진입 시점에서 최대치 시가총액 수준은 치료제 기업의 경우 최대 1조원, 의료기기 기업은 최대 5000억원 사이로 거론돼 왔으나 앞으론 이를 넘기는 숫자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는 바이오 투자사들이 제약사들과 함께 공동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 소진을 위한 투자금 집행이 불가피하지만 추후 회수를 위한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투자리스크 헷지 방안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