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사장직 신설한 우리금융 셈법…지주 중심의 원팀 체제 구축
입력 22.02.09 07:00
손 회장과 원팀 구축 이번 인사의 핵심
두 명의 지주 사장직 신설해 CEO풀 확충
주주 구성 따라 원팀 반대 기류 나올수도
  • 우리금융그룹이 완전 민영화 이후 첫 CEO 인사를 단행했다. 새로운 행장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지주 사장직을 도입하는 등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꾀했다. 

    지난 7일 우리금융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통해 우리은행장 후보로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이 은행장 내정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의 복심으로 알려진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전략 재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디지털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로 지주와 은행의 ‘원팀’ 시스템이 가동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손 회장과 이 행장 내정자는 지주 사내이사로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및 자회사 인수 등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동시에 지주의 영향력이 확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주 사장직제 도입 등에서도 드러난다. 

    지주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이번 은행장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과 전상욱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보가 지주 사장 자리로 가게 된다. 이들은 자회사간 적극적이고 원활한 소통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사실상 그룹 차원에선 행장급 인사로 평가 받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인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지주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라며 “이번 인사로 행장급 인사를 3명이나 배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장직 신설의 또다른 의미는 차기 회장 후보군 마련이란 측면도 있다. 우리금융은 그간 한일-상업간의 파벌싸움이 이어졌다. 여전히 임원들 중에선 한일출신, 상업출신이란 ‘꼬리표’가 있어왔다. 오래기간 파벌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다른 금융지주보다 CEO 풀이 작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장 후보군이 모두 기용된 점도 이런 작은 인력풀 때문이란 설명이다.

    은행장 후보 숏리스트 3명이 행장급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런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마련하기 위함이란 해석이다. 당장 내년에 손 회장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이 행장 내정자와 두 명의 사장 내정자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구축할 것이란 평가다. 이번 인사로 차기 회장 인선까지 그룹의 안정을 꿰하게 됐다.

    더불어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세웠다는 평가다. 이번에 지주 사장에 오른 전상욱 부행장보는 1966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지주 사장 자리에 오름으로써 ‘연공서열’ 제도를 깨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추후 있을 지주와 은행을 비롯한 자회사에서도 연공서열보단 성과주의 인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은행장 숏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인사검증 4가지 키워드에서 모두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추위 멤버인 손태승 회장(자추위원장), 노성태(한화생명 추천), 박상용(키움증권 추천),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추천), 장동우(IMM PE 추천), 신요환(유진PE 추천), 윤인섭(푸본생명 추천)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도 무엇보다 손 회장과의 원팀을 이룰 수 있는 인물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증권회사, 보험회사도 있어야 한다”라며 “은행을 중심으로 다른 자회사와도 시너지를 내야 하니깐 원팀을 구성해서 그룹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예보가 5..8%라는 작지 않은 잔여지분 매각을 1분기 중에 추진하고 있는 점은 이사회 구성 등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원팀’ 체제가 구축됐지만 주주구성 변화에 따라서 이런 기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들이 성과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현 경영진이 어떤 성과를 보이는지에 따라서 원팀 체제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