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와 대립구도에 기술주 하락 현실화...한숨 깊어지는 VC들
입력 22.02.10 07:00
국내외 기술주 하락세 지속...IPO 시장도 주춤
기술주 중심인 VC업계도 우려 커져...PE선 이미 보수적 태도
  • 국내외 주식 시장에서 기술주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Valuation) 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동일한 딜을 두고 사모펀드(PE)와 VC(벤처캐피탈)의 대립구도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그간 밸류에이션(Valuation) 산정부터 상환 방식 등을 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전언이다. 

    최근 미국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상장 테크 회사들의 몸값도 재조정되고 있다. 작년 말 약 7조원 이상의 예상 기업가치가 거론되던 미국 데이터 관련 스타트업 DBT랩스는 최근 약 4조8000억원 수준으로 밸류가 조정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VC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역시 투자 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두고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상장한 미국 회사들의 주가 하락이다. 미국판 배달의민족 도어대시, 소프트웨어 회사 유아이패스, 의료보험사 오스카헬스 등 최근 1~2년 사이 상장한 미국 스타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도어대시는 약 40%, 오스카헬스는 약 80%, 유아이패스 역시 절반 정도로 주가가 주저앉았다.  

    국내서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작년 높은 몸값에 주식시장에 데뷔했던 회사들의 주가가 내림세를 걷고 있는 데다 매출이 저조한 플랫폼 회사들은 투자 유치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국내 VC들과 중소형 사모펀드(PE) 사이의 의견 대립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며 시리즈B나 시리즈C 정도의 투자 유치 단계에서는 VC와 PE의 경계가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작년 추가 투자유치에 성공한 뱅크샐러드는 사모펀드인 SKS와 기존 주주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여러 주주를 맞이했다. 오아시스 역시 유니슨캐피탈과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여러 주주들이 혼재되어 있다. 

    다만 최근 주식 시장에서 하락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밸류에이션을 두고 두 업계의 의견이 충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매출과 이익 등 수익 지표에 집중하는 PE와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VC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탓이다. 실제 PE업계에서는 최근 하락장을 두고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반면, 국내 VC업계선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최근 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투자를 검토했던 한 PE 관계자는 "매출이 연 40억 수준인 회사의 기업가치를 (VC업계선) 약 1500억원 정도로 본다"라며 "멀티플 30배도 넘는 셈인데 PE쪽에서 보는 적정 기업가치인 5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라 부담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손실에 민감하고 폐쇄적인 PE업계와 달리 소위 '클럽딜'에 익숙하고 엑셀러레이팅(기업 육성)이 흔한 VC업계 특성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수적이고 손실 회피적인 PE 특성상 고밸류를 꺼릴 수밖에 없는 반면, VC들은 좀 더 '베팅'에 과감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획대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못한 딜을 두고 두 업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최근 사업을 중단한 한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원금 상환방식을 두고 기존 주주였던 VC와 PE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례도 나왔다. IRR(내부수익률) 기준 PE들은 최소 10%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VC들은 3% 수준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두 업계의 투자 방식이 기본적으로 뿌리가 다른 데 기인한 것"이라며 "100개를 투자해 1~2개의 '대박'을 바라는 쪽이 VC라면 2~3개를 투자하더라도 골고루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인 PE는 투자 생리가 다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