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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들이 후한 배당 정책을 통해 사업이 잘 되고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일단 ‘파이낸셜 스토리’ 실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셈인데 앞으로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급격한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지금의 성장세와 배당 정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계열사들의 경쟁 체제가 강화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성과 좋은 계열사 자금이 지주사를 거쳐 다른 계열사로 갈 경우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일 SK㈜는 2021년 기준 주당 8000원씩 총 4476억원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5년 통합지주사 출범 후 최대 규모로 2016년(2087억원)보다 2배 이상, 2020년(3701억원)보다는 21% 늘어난 금액이다.
SK텔레콤은 주당 1660원씩 총 3611억원을 배당한다. 회사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에서 설비투자비를 뺀 금액 30~40% 수준의 배당 성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30% 늘린 1540원으로 결정했다. 잉여현금흐름(FCF) 5%를 추가로 배당하고, 향후 3년간 창출되는 FCF의 절반가량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에 이어 2021년도 배당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시장 신뢰, 주주가치 제고 등 명분으로 배당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재검토 끝에 2108억원 규모 배당을 결정했다. 1주당 회사 자사주 0.011주도 현물배당한다. 향후 3년간 연간 배당 성향은 30% 이상을 지향하기로 했다. SKC는 지난 수년간 1주당 1000원씩을 배당해왔는데, 이번엔 1100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2020년 10월 ‘파이낸셜 스토리’를 화두를 제시한 후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해 왔다. 사실상 작년이 파이낸셜 스토리 평가의 원년이었는데 소기의 성과는 거둔 모습이다.
계열사들이 이전보다 후해진 배당 성향을 보였고, 장기 배당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예측 가능성도 키웠다. 최근 주식 시장에선 결국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무엇을 가져가느냐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SK그룹이 주주를 납득시킬 가장 손쉬운 카드인 ‘배당’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내세웠는데 그 과정에서 주주의 몫이 무엇이냐 하는 물음이 있었다"며 "결국 보여줄 것은 배당 뿐이라 계열사들도 그렇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파이낸셜 스토리가 수행 가능하고, 주주에도 득이 될 수 있는 화두라는 점은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이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SK그룹과 계열사들은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SK㈜의 경우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의 4대 핵심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사업부 분할과 투자유치, 기존 사업 확장 등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지금보다 몇 배나 큰 기업가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주주들에 돌려줘야 하는 것은 늘어나게 된다. 팬데믹 후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배당을 줄이거나 투자자 신뢰를 잃을 경우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외 경제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창 시장이 반등할 때 내세운 화두와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SK 계열사들이 먼저 화두를 선점하고 시장 자금도 많이 끌어갔으니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시한 목표를 그대로 달성하려면 계열사들이 무리하게 될 수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들이 동시에 너무 많은 일을 빠르게 벌이고 있다”며 “SK그룹의 거래 추진 움직임이 정점으로 가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선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K㈜와 각 계열사간 이해관계도 향후 배당 정책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SK㈜는 지주사로서 그룹 전략 전반을 관할하면서, 자체적으로 투자 사업도 하고 있다. SK㈜가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계열사들로부터 많은 배당금을 받아와야 한다. 이 배당금 규모는 SK㈜는 물론 그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이해관계와도 연결된다. SK그룹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지만 이전까지 배당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SK㈜가 지분 90%를 가진 SK E&S였다.
SK그룹 계열사들은 배당은 배당대로 올리면서, 자체 사업 자금도 알아서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SK온을 거느린 SK이노베이션도 투자 부담에 배당을 거르려 했지만 이사회에 막힌 형국이다.
계열사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신성장 테마는 여러 계열사들의 영역이 겹쳐있고 누가 주도권을 가져가느냐 하는 물밑 다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계열사에서 SK㈜로 올라간 배당금이 다른 계열사로 흘러들어가고, 그 계열사가 성장의 과실도 독식하는 구조가 된다면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경영진 입장에선 주주와 주가를 위해 배당을 늘려야 하지만, 자기 사업을 위해서는 배당을 늘리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한 계열사는 사업을 잘해서 지주사에 배당금을 많이 올리는데, 다른 계열사는 지주서 자금을 받아 신성장에 투자하고 스톡옵션 등 과실을 누린다면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스토리 원년…주주 몫으로 ‘후한 배당’ 선택
높은 그룹 목표 달성 의문…성과 내더라도 배당 늘려야
계열사 경쟁 속 실탄 마련하려면 배당 확대 부담될 수도
높은 그룹 목표 달성 의문…성과 내더라도 배당 늘려야
계열사 경쟁 속 실탄 마련하려면 배당 확대 부담될 수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2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