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대기업 올해는 PE...ESG 컨설팅 큰 장 선다
입력 22.02.18 07:00
산은, 출자펀드 위탁운용사 대상 ESG 투자실태 점검 나서
스틱·IMM 등 대형 PE들부터 ESG 컨설팅 자문 이어져
국민연금, 한국벤처투자도 ESG 투자 GP에 가점 줄 계획
컨설팅 비용은 펀드 자금 아닌 하우스 자금…"비용 부담 늘어"
  • 그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사모펀드(PE) 업계로 번질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연기금 등 출자기관(LP)이 위탁운용사(GP)에 대한 ESG 투자실태를 점검하고 우수 운용사에게 가점을 주기 시작해서다. 올해도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PE들의 ESG 컨설팅 자문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올해부터 정책형 뉴딜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ESG 요소를 평가에 반영해 가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현재 접수를 마친 정책형 뉴딜펀드 1차 출자사업부터 적용할 계획으로, 어느 정도 가점이 부여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PwC컨설팅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산업은행 출자펀드 GP 50곳을 대상으로 투자 이행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총 7곳이 우수 운용사로 선정됐지만, 산업은행은 GP 상당수의 실행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GP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ESG 투자 가점이 GP 선정결과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ESG 투자 이행점검에서는 외부로부터 ESG 컨설팅을 받고 있는지 여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PE 관계자는 “LP들이 작년 말부터 예비테스트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이번 산업은행 ESG 투자 이행점검에서 외부에서 컨설팅을 받아본 적 있는지도 점검 내용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한번씩 평가해서 잘하는 PE와 VC(벤처캐피털)들을 평가할 때 가점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PE들은 산업은행의 ESG 투자이행 점검 이전부터 ESG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LP들로부터 ESG 투자이행 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미흡한 지점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은행의 ESG 투자 이행점검 이후에 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회계법인을 비롯한 국내 컨설팅업체들은 ESG 전담팀을 꾸려 관련 수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삼일PwC·삼정KPMG·EY한영·딜로이트안진 등 ‘빅4’ 회계법인들은 ESG 컨설팅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자문 수요에 인력 확충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된 자문의 내용은 ▲ESG 전략(담당 조직 신설, 탄소배출량 목표치 설정 등) ▲ESG 실행 자문(ESG 전략 후 구체적인 실행 조언 등) ▲ESG 재무자문(ESG M&A, 실사 등) ▲ESG 지속가능보고서 인증 이다. 

    일부 회계법인은 늘어나는 자문 수요에 법무법인과 손을 잡고 대응하고 있다. EY한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법무법인 지평은 ESG센터를 출범하고 정영일 전 EY한영 파트너를 ESG센터 경영연구그룹 그룹장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바른도 최근 대형 회계법인과 ESG 컨설팅 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의 ESG 담당 관계자는 “ESG의 가장 기본이 컴플라이언스 이슈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법적인 이슈를 법무법인이 먼저 검토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ESG 전략을 구상하고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것은 회계법인이 담당한다”며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이 ESG 컨설팅하는 서비스의 영역이 달라 경쟁이라기보다는 협업관계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한국벤처투자,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주요 LP들도 GP를 선정할 때, ESG 요소를 평가한다고 나서면서 PE의 ESG 자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SG 외부자문 여부 등 산업은행의 ESG 평가 항목이 다른 LP들의 ESG 평가 요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PE는 펀드 자금이 아닌 하우스 자금으로 ESG 자문 비용을 충당해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PE 관계자는 “ESG를 정량화해서 앞으로 투자결정하는 건마다 법률 회계실사를 하는 것처럼 ESG도 실사를 할 수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PE업계에도 ESG이슈가 시작할 텐데 비용이 꽤나 많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