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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사모펀드(PEF)로부터 소수지분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5년간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2년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올해 경기하강 국면, 각종 증시 이슈까지 겹치면서 투자자와의 상장(IPO)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주로 경영권거래(Buy out)에 치중하던 대형 PEF들은 몇 해 전부터 상장전투자(Pre IPO) 등 소수지분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운용사는 쌓아둔 투자금을 풀 수 있고, 기업들은 좋은 가치에 유동성을 확보하니 윈윈하는 거래였다. IPO 약속과 각종 투자회수 안전장치를 갖춘 덕분에 수천억원대 거래도 심심찮게 이어졌다.
이렇게 이뤄졌던 투자 거래들이 이제 결실을 맺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 소수지분 투자는 짧게는 1년 길어도 4~5년 안에 회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으니 2017년 이후 거래들은 회수를 고민해야 하는데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들어 국내외 정세 변화, 경기하강 진입, 물가 상승 등 악재가 쏟아지며 증시가 차갑게 식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7~2019년 높은 가치로 이뤄진 거래들의 회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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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는 2018년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내년까지는 상장해야 하는 터라 조만간 주관사 선정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회사는 아마존과 제휴 등 성과가 있었지만 쿠팡 등 이커머스·테크기업 가치 평가가 박해지는 점은 부담스럽다. 투자 당시에도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미래 수익보다는 안전장치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투자자에 우호적인 조건이 많았던 터라 성과가 급한 경영진이 다소 무리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SK스퀘어 자회사 중 가장 상장을 서두르고 있는 원스토어는 2019년 PEF로부터 약 1000억원의 성장자금을 조달했다. 네이버, 통신 3사 등 연합으로 토종 앱마켓의 위상을 공고히했지만 최근 성장세는 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종 OTT 콘텐츠웨이브도 2019년 2000억원규모 5년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지상파 3사 주주의 보수적 의사결정 구조, 부족한 콘텐츠 등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CB 투자자들도 성장 기대감보다는 최소한의 수익보장 장치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물적분할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이어 그룹 계열사 연쇄 상장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아졌다. 올해 대어인 CJ올리브영이나 에스에스지닷컴 등 대기업 사업에서 떨어져 나와 PEF 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올해 시장 분위기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거래소가 예비심사 기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물적분할 및 모-자회사 동시상장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며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사례 이후로 금년 들어 훨씬 까다로워진 상장 관련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증시 입성 자체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말했다.
IMM PE는 2017년 현대삼호중공업의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했다. 5년내 상장을 약속했으니 올해는 증시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2~3년치 미래 실적이 예측되는 조선업 특성을 감안하면 지금 수주가 호황이라고 투자자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매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투자자도 상장은 가능하겠지만 가치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그룹에 똑같은 업을 하는 상장사가 3개나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2020년 맥쿼리PE를 주주로 들인 LG CNS도 올해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꼽힌다. 증권사와 투자은행(IB)들도 주관사 선정 움직임이 있을까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회사는 유망 성장 기업으로 평가돼 투자 경쟁이 치열했었고, 최근 실적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 ㈜LG가 최저수익률(IRR 4.5%)을 보장하기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상장이 최우선 카드란 평가가 있었다. 다만 적격상장(Q-IPO) 요건은 내부수익률(IRR) 10% 수준으로 낮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T서비스 기업가치 산정이 예전처럼 후하지 않은 점도 부담스럽다.
작년 MBK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케이뱅크는 올해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뱅크 효과’를 기대했지만 반카카오 정서가 확산되며 사실상 유일한 비교군(Peer group)을 잃었다. 발등에 불이 떨이진 케이뱅크는 주관사단을 조기 소집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기업가치가 10조원 중반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장을 언급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017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투자금을 받았는데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상장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안전장치로 무장한 PEF들에 자기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일부 상장이 어려운 기업의 경우 기존 재무적투자자(FI)와 다른 PEF간 세컨더리 성격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때는 새로운 투자자가 전보다 더 박한 회수 조건을 받을 가능성이 커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있다.
한 IB 관계자는 “2017년 이후 투자를 집행한 PEF들은 모두 회수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주식 시장이 계속 빠지면서 처음 들어왔던 거래 배수 이상으로 상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7년 이후 PEF 대형 소수지분 투자 늘어나
회수기 도래했지만 주식 시장은 악재로 흔들
기업들, FI 회수 안전장치 행사 부담 커질 듯
회수기 도래했지만 주식 시장은 악재로 흔들
기업들, FI 회수 안전장치 행사 부담 커질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2월 24일 15: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