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시총 100조"…현대차보다 구체적·공격적 전략 제시한 기아
입력 22.03.03 13:09
기아, 2026년 매출 120조·영업익 10조·시총 '100조'
성장 중심 적극적 기업가치 제고 의지…이례적
전일 현대차 비해 공격적·구체적…유리한 입지 덕
반면 현지 생산계획 부담은 현대차와 공통과제 평
  • 기아가 2026년까지 기업가치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놨다. 5년간 기존 투자계획보다 5조원을 늘린 28조원을 투입해 성장성을 극대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얘기다. 전일 현대자동차가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 기아는 온라인으로 '2022년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사업전략과 재무 목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과 주우정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의 주도로 진행됐다. 

    이날 기아는 2030년까지 전체 글로벌 판매 400만대를 달성하고 전기차(EV) 판매 목표는 기존보다 30만대 늘어난 120만대로 제시했다. 매년 2개 이상 신형 전기차종을 출시하는 등 EV 가속화 전략을 통해 양적 성장과 수익성 확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아의 시가총액 목표로 100조원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제시한 점이다. 

    주 부사장은 "배당 등 환원 중심의 소극적 전략에서 적극적인 성장 중심 전략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신사업과 신기술을 통해 기아의 기업 가치 평가 멀티플(배수)를 상향해 기업 가치 극대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3일 현재 기아의 시가총액은 약 30조원으로 이번에 제시한 목표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지난해 초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이 부상했을 때 일시적으로 40조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기아의 자체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아의 수익성이 향후 수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상위권을 유지할 전망이나, 100조원이라는 숫자는 기아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완벽하게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할 경우 도달 가능한 목표다. 

    기아의 올해 전기차 글로벌 판매 목표는 16만대로, 전체 판매 대비 비중은 약 5%, 수익성 기여도는 7%로 예상된다. 최근 중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26년 80만7000대, 2030년 120만대로 각각 40%, 36% 상향했다. 기아는 이를 통해 2026년에는 전기차 판매 비중이 21%로, 수익성 기여도는 39%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6년에는 친환경차 수익성 기여도가 52%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를 압도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를 위해 5년간 투자 총액도 28조원으로 상향했다. 전체 투자금액 중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난해 19%에서 2026년 43%까지로 늘어난다. 대신 재무정책 목표와 미래 투자 사이 균형을 고려해 순이익의 25~30%였던 중장기 배당성향은 20~3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기업으로 사업 성격을 대폭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일 발표됐던 현대차의 CEO 인베스터 데이에 비해 보다 구체적인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큰 틀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중장기 전동화 전환 전략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내연기관차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믹스를 개선하고, 부품 공용화 등 원가 절감으로 창출한 내부 현금을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전통차 산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아의 경우 매출 성장성과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측면에서 현대차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 안팎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현대차보다 2%포인트가량 앞서는 7.3%를 기록했다. 글로벌 완성차 평균인 5.8% 웃도는 수준이다. 그룹 공동 투자에서 현대차에 비해 부담이 덜한 데다 투자 재원 융통에서도 유연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평이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2026년 시총 100조원 목표는 예상 영업이익 10조원에 10배 멀티플을 반영한 건데, 전기차의 수익성 기여도가 내연기관에 근접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며 "이 밖에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나 차량 내 소프트웨어(SW) 등 신사업에서 유의미한 경쟁력 확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글로벌 주요 시장 현지 생산거점 확보 등 과제가 남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지 완성차 업체는 기아보다 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 부문을 분사해 2026년까지 연 20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GM은 이보다 1년 빠른 2025년까지 200만대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아와 현대차의 합산 판매 목표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양사는 경쟁사에 비해 구체적인 증설 로드맵을 공유하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2030년 전기차 판매 187만대 목표 달성을 위해 현지 기존 생산공장의 증설과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아와 현대차 모두 현지 업체에 비해 생산 거점 확보와 배터리 조달 전략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