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올라가는 소리뿐'...나비효과에 위축되는 증권사 PF
입력 22.03.04 07:00
중대재해·원자재값 상승에 부동산 시장 냉각 조짐
시공사·증권사PF 간 공사비 분담율 논의로 시끌
  • 부동산 경기침체 조짐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건설업계가 시끌시끌한 가운데 증권업계에도 후폭풍이 미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주로 담당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최근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는 외부 요인들이 많아진 데 따라 시공사와 시행사, 금융사들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례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이후 건설사들의 공사기간 연장 및 공사비 증가 우려는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삼표산업, 요진건설산업 등 중대재해법 적용 건설사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대형 1호만 되지 말자’는 기조가 강하다. 이 때문에 관리·감독에 소홀한 주말은 물론, 일부 현장에선 공사를 아예 일시 중단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존에 계약된 공사기간이나 공사비를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철근이나 콘크리트 등 자재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이는 건설사 뿐만 아니라 돈을 댄 증권사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통상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준 금융사로서는 지연이자를 받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이나 기타 요인들 때문에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PF를 조달해준 증권사 입장에서는 총 사업비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요즘처럼 분양시장이 침체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분양가(매출)와 사업비(비용)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올 수도 있어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증권사 PF 사업부문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사비 부담이 커진 데 따라 일부 시공사는 이전과 달리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사비 확보율을 높여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일부 시공사에서는 공사비 확보율을 95%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주문도 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공사비 지급방식은 분양불과 기성불로 나뉜다. 분양불은 PF 대출로 토지비와 초기사업비를 충당하고 이후 비용을 분양수입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반면 기성불은 토지비 외에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PF 대출로 미리 조달하는 방식이다. 분양시장이 꺾일수록 PF 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공사비가 늘어나는 구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공사비 확보율 관련 방침이 다르긴 하지만 분양시장 상황에 따라 공사비를 조금만 확보하는 경우도 많았다”라며 “다만 공사비 부담이 커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비를 최대한 많이 펀딩을 받고 가려는 걸 선호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 PF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행이익을 노리는 증권사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에서 단순 금융 주선보다는 시행사와 손을 잡고 에쿼티 투자(지분 투자)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았다. 시행사와 대형 금융사 위주의 대주단을 단순 연결해주는 방식만으로는 큰 이익을 내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문제는 공사비 증가 및 공사기간 연장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증권사가 지는 리스크도 커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사비 증가에 따른 총 사업비 상승이 발생하면 시행사의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자연스레 해당 개발사업의 에쿼티 투자를 감행한 증권사들도 손실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 증권사 PF 사업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를 보일 때는 (시공사 입장에서) 공사비 부담률을 높여달라고 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분양 시장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금리나 원자재까지 오르고 있어 최근 금융사들도 (부동산 개발사업 딜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