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우크라 사태에 흔들림 없지만…대선·건자재값이 더 큰 변수
입력 22.03.07 07:00
KRX건설지수 지난 15일부터 우상향 나타내
러시아 사업 초기 단계, 손익에 미치는 영향 적어
원자재 가격 급등의 현재 주가 미반영은 문제
  •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의 주가가 받은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어 손실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이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대선 이후 주택 정책과 최근 원자재 가격 급상승 등 불확실 요소가 건설주 주가 향방을 가늠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28일 국내 주요 상장 건설업체들의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 DL이앤씨는 이날 종가 12만 8500원을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5000원(4.05%) 상승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50원(1.53%) 상승한 2만3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건설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07포인트(1.72%) 오른 656.4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러시아 침공 사태에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주만 했을 뿐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현장도 있고, 우크라이나와 물리적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사업 진행에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공사를 다 진행했는데 공사대금을 못 받으면 문제가 될수 있지만, 수주시기가 대부분 2021년이라 진행률이 높지 않다. 향후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보는 게 현재 단계에서 적정하다”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17억8450만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금 러시아에서 시공이 진행 중인 사업은 18건 103억6100만달러 규모다.

  •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6월 러시아 민간석유기업 노비포톡이 발주한 1000억원 규모 가스 처리시설(LPG 분리시설 포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22개월이다. 다만 이 현장은 아직 공사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DL이앤씨는 작년 12월 러시아 가스화학 플랜트인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금액은 약 1조6000억원(약 11억7000만유로)이다. DL이앤씨는 설계와 기자재 조달을 담당한다. 설계와 조달 업무는 대부분 국내에서 진행돼서 아직 사업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DL이앤씨는 작년 3월 러시아 석유기업 가즈프롬네프트의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을 따냈다. 수주금액은 3271억원이다. 이 현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지와 거리가 떨어져있어 지리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최근 러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8일 중국 국영 건설사 CC7과 러시아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의 설계·조달 업무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약 1조3721억원(약 10억유로)다. 완공되면 연간 280만여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2024년까지 계약 업무를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건설업종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대선이 주가에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노출도는 높지 않고, 우크라 사태보다는 오는 3월 9일 예정된 대선이 더 중요하다”며 “한국 건설사의 해외 사업 중요도가 과거 대비 축소돼 우크라이나 노출도가 거의 없고 오히려 대선 결과에 따라 중장기 주택 정책 및 공급 규모를 좀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를 결정함에 따라 기성 수금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해당 프로젝트들의 전반적인 진행이 지연될 수 있으나, 현재 매출 수준 자체가 극히 낮기 때문에 업종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금융업계 건설사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건설 자재 가격은 전방위로 상승하고 있다.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각각 50% 상승했다. 철근의 원재료인 국제 고철 스크랩 가격도 13년 만에 처음으로 톤당 60만원을 넘어서면서 철강사들의 철근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도 유연탄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시멘트사들은 러시아산 유연탄 의존도가 75%에 달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연탄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하도급 업체들이 일손을 놓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셧다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요즘 건설업 주가의 가장 큰 핵심은 원자재 값이다. 철근가격과 시멘트 가격뿐만 아니라 유리, 창문 등 단열재도 다 오르고 있다. 얼마나 손실에 반영돼 마진이 떨어질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