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곳간 채우기? 계열분리 정지작업?…계속되는 신세계그룹 내부 거래
입력 22.03.15 07:00|수정 22.03.16 17:01
취재노트
신세계, 이마트로부터 신세계라이브쇼핑 2255억원에 인수
작년엔 정용진 부회장 광주신세계 지분도 2285억에 인수
계속되는 자금 지출…정작 신세계 사업 확장은 속도 조절
내부 정리 마무리 수순…계열분리 주목되지만 걸림돌 많아
  • 신세계그룹의 내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과 올해는 신세계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마트 측 지분을 받아주며 갈 길 바쁜 이마트를 지원하는 듯한 모습이 됐다. 정작 신세계는 자기 사업 확장은 쉽지 않았는데 본격적인 행보는 분리 작업이 더 진척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두 축인 신세계와 이마트간 사업 정리 움직임이 지주사 전환이나 진정한 계열분리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모이는데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3일 신세계는 이마트와 그 자회사인 신세계아이앤씨가 보유한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76.08%를 225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화성산업의 상품판매형 데이터 방송사업을 물적분할한 드림커머스가 전신으로 2015년 이마트에 인수됐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단방향으로 노출되는 라이브 홈쇼핑채널과 달리 녹화된 데이터 방송 시청을 통해 구매하거나 TV 리모컨으로 상품을 찾고 구매하는 사업방식(T-커머스)이 주를 이룬다. T-커머스는 한때 유통사의 새로운 활로로 여겨졌지만 경쟁 심화와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 창출이 녹록지 않았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의 사업이 순탄치 않자 이마트 등이 수차례 추가 증자금을 투입했다. 이마트는 지금까지 회사의 부진이 연결되지 않기 위해 증자 때마다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했다. 이번에 장부가치(작년 9월말 기준 353억원)의 4배가량의 가치에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 팬데믹 영향으로 회사가 흑자전환한 덕을 이번에 본 셈이다.

    신세계가 얼마나 실익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T-커머스의 매출 성장세를 고스란히 이익으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물론 마트 상품보다 백화점 상품이 비대면 쇼핑에 적합한 면이 있지만, 이전에도 백화점과 신세계라이브쇼핑의 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마트 자회사 쓱닷컴도 비슷한 커머스 사업을 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감안하면 신세계의 ‘디지털플랫폼 역량 강화’ 목적보다는 ‘사업재편 및 자산효율화’라는 이마트의 명분에 더 수긍이 가는 모습이다. 최근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 이마트 입장에선 효용이 크지 않은 사업을 팔고 현금 곳간도 채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 이마트는 최근 이베이코리아, SSG랜더스, SCK컴퍼니(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등을 사들였다. 쓱닷컴(더블유컨셉), 신세계프라퍼티(쉐이퍼 빈야드, IFC) 등 자회사도 분주하다. 자금조달 가능성이나 재무구조 관리 여부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일부 인수 기업은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성수동 본사도 매각(Sale)했는데 재임차(Lease back)는 하지 않는다. 다시 들어갈 거면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임차 조건을 박하게 제시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작년엔 정용진 부회장으로부터 광주신세계 경영권 지분을 2285억원 사들였다. 신세계 100% 자회사로 설립된 광주신세계는 1998년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놓이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모회사가 신주 인수를 포기하자 정 부회장(당시 이사)이 그 지분을 모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소액주주들은 신세계의 사업기회를 오너 일가가 유용했다며 소를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정용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작년 정용진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지분 매각은 외부기관의 평가를 받아 금액이 정해졌다. 다만 시장가보다 거래 단가가 높았전 점, 오너 이탈로 주각 하락한 점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있었다. 정 부회장은 2020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을 증여받으며 막대한 세금 부담이 생겼던 터였는데, 광주신세계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탔을 때 지분 매각을 결정해 신세계로부터 두툭한 실탄을 얻게 됐다.

  • 신세계그룹 내부 거래가 매년 이뤄지는 가운데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분리로도 이어질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오래 전부터 주목받은 이슈인데 형식적으로는 거의 분리가 됐다. 2011년 신세계-이마트 인적분할 후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챙기는 구조가 이뤄졌다. 2016년엔 남매가 각각 보유한 이마트, 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하며 사실상의 분리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물론 엄밀한 의미의 분리는 아니다 보니 한 지붕 안에 있는 신세계와 이마트 모두 서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마트가 먼저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데, 신세계는 이마트 쪽에 지출이 생길 뿐 사업 확장 행보는 다소 더디다. 신세계는 휴젤 인수에도 관심을 가졌으나 중도에 발을 뺐다.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3조원대 자금을 쏟는 상황이라 그룹 차원에서 무리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확실한 계열분리로 가려면 일단 지분 관계를 먼저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모두 지분관계를 가진 기업은 신세계의정부역사와 쓱닷컴 정도다. 핵심은 쓱닷컴인데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당분간 지분 정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쓱닷컴 지분을 이마트 쪽으로 넘겨야 할텐데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그 지분 가치가 조단위에 이를 수 있다. 돈 쓸 곳 많은 이마트가 부담하기에 작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주사 전환을 통한 계열분리 가능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이미 사업적으로 지주사와 유사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데다,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주식을 현물출자할 경우 발생하는 세금을 이연해주는 제도도 내년말까지 유지된다.

    물론 지주사 전환을 하려 해도 고민은 있다. 두 곳이 모두 지주사로 전환하면 한 쪽은 쓱닷컴 지분을 확실히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이외 기업의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없어서다.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이마트 지분을 어느 시점에 남매에게 넘길 것이며, 남매는 어떻게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이냐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