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책임론 속 주총 넘긴 삼성전자…시험대 오른 새 리더십
입력 22.03.16 14:59
첫 주총서 주주 앞에 고개 숙인 한종희 부회장
논란 속 노태문 사내이사 선임안 무난히 통과
새 리더십 둔 불안감 지속 전망…평가 본격화
  • 지난해 말 수장 자리에 오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첫 정기주주총회에서부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최근 불거진 갤럭시S22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날 상정된 안건 모두가 이변 없이 통과했지만, 주총장 밖에선 경영진 책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사업적 긴장이 커져가는 시점에 새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및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 경영진을 대거 교체한 터라 이번 주총은 주주를 상대로 새 리더십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성격이 강했다.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선 김한조 사외이사를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김한조 의장은 전임 박재완 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사외이사로서 의장을 맡는다. 

    주총장 밖에선 GOS 사태의 책임을 물어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철회하라는 집회가 열렸다. 주총장 내에서도 GOS 사태에 대한 주주 질문이 쏟아졌고, 기기경험(DX) 부문장인 한 부회장이 단상 앞으로 나와 "주주와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라고 사과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작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은 97.9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주총 결과 이변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새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부회장은 사과에 이어 "GOS는 게임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는 의도로 기획했는데, 앞으로는 고객 목소리를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게 귀 기울이겠다"라고 해명을 내놨다. GOS 사태가 고객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갤럭시S22의 기획 단계 오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서는 이 사태를 반도체 부문 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경쟁력 문제와 엮어 바라보고 있다. 노 사장 선임안이 무난하게 통과했다곤 하지만, 애당초 MX부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갤럭시S22에 대한 고객 불만이 주총 직전 불거진 터라 주주 차원에서 새 리더십을 숙고할 만한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반도체와 통합 세트 사업 간 시너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부회장과 노 사장이 총괄하는 세트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 생태계 구축의 최전선 격으로 통한다. 그러나 GOS 사태를 전후해 경영 진단에 들어간 것은 경계현 사장이 이끄는 반도체 부문 내 파운드리 사업부다. 결국 양대 축으로 재편된 세트와 반도체 사업이 큰 잡음 없이 올해 예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메타버스와 로봇 등 신기술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020년 신설한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바 있다. 이어 주주 기대감이 집중되는 추가 인수합병(M&A)에 대해선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사업 영역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검토 중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