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쏘카, 롯데렌탈과 동거 득실(得失)은 '반반'
입력 22.03.18 07:13|수정 22.03.18 07:17
기업가치·오버행 우려 완화 차원에선 긍정적
다만 장기적으론 ‘롯데’ 이미지 우려
㈜SK·롯데 이해상충 가능성도 부담
  • 쏘카가 상장을 앞두고 ㈜SK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주주로 맞이하면서 향후 성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 기업가치(Valuation) 및 상장 과정의 측면으로 보면 롯데렌탈과 ‘동거’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 곳의 주요 대기업 그룹이 주주 역할을 맡는다는 점은 부담일 수 있다. 또한 자본시장에서 ‘롯데’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쏘카와 롯데렌탈의 시너지 효과를 증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7일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투자 소식이 알려진 후 롯데렌탈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재개 수혜가 기대되는 '리오프닝'주로 분류되는데다, 쏘카와 롯데렌탈의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이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상장을 앞둔 쏘카 역시 전략적 투자자(SI)인 롯데렌탈을 3대 주주로 영입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다. 상장 후 오버행(잠재적인 매도 물량) 이슈를 다소 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렌탈은 쏘카 투자자 중 클라렌든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FI) 11곳의 지분 13.9%를 약 1830억원에 매수했다. 업계에서는 쏘카와 롯데렌탈이 향후 중고차 판매, 카셰어링 점유율 확대를 발판 삼아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렌탈이 쏘카 상장 후 보유 지분 매각으로 단순 차익 실현을 꾀할 가능성은 당분간 낮을 것으로 추론되는 이유다. 

    기업가치 산정 시 피어그룹(비교회사)으로 꼽을 후보군들도 다소 노선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그간 쏘카가 원하는 비교회사 후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해외 IT(정보통신) 기업 위주의 피어그룹을 원하는 쏘카와 달리 롯데렌탈이나 SK렌터카 등 국내 렌터카 회사들을 비교회사로 포함해야한다는 시각도 있었던 탓이다.

     특히 롯데렌탈은 자회사인 그린카가 사실상 쏘카와 유사 산업군인 카셰어링(차량공유)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금번 투자로 롯데렌탈과 쏘카는 주주 관계를 맺게 된 만큼 비교회사로 꼽히긴 어렵다. 쏘카가 해외기업 위주로 비교회사를 선정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주주나 지분 관계가 있는 회사는 비교회사로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쏘카의 장기적인 성장성 차원에서 롯데렌탈의 금번 투자가 마냥 ‘장밋빛’ 결과만 낳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심어린 시선이 많다. ㈜SK와 롯데그룹이라는 양대 대기업 그룹의 ‘동거’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부터 롯데렌탈 자체의 사업 성장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투자시장에서 다소 환영을 받지 못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 코스피시장에 데뷔하며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시초가는 공모가인 5만9000원보다 2.54% 밑돌았고 현재 주가 역시 3만원 후반대로 여전히 공모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투자를 받는 입장이 아닌, 잠재적 인수자로서도 롯데의 지위는 그리 높지 않다는 평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스타트업부터 규모가 있는 기업까지 검토는 하면서도 정작 실제 투자까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따라 업계 평판이 썩 좋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작년 롯데쇼핑이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약 2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두고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답다"는 짧은 평가를 남겼다. 당시 중고나라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품은 시각들이 많았던 가운데 경영권 인수도 아닌 일부 지분 투자로 롯데쇼핑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 쏘카 투자는 그간의 롯데그룹의 투자 성향과는 다소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규모가 약 1830억원으로 작지 않은 데다 최대주주인 에쓰오큐알아이(SOQRI) 및 벤처회사 소풍(SOPOONG)과 풋옵션, 우선매수권 관련 계약을 맺어둔 만큼 향후 경영권 인수까지 염두에 뒀다는 평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2대 주주인 ㈜SK와 이해관계가 상충될 가능성은 여전한 위험요인이다. SK그룹 역시 SK렌터카나 우티(우버와 티맵 합작법인)를 발판 삼은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적이다. 3대 주주인 롯데렌탈과 향후 쏘카의 경영상의 결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쏘카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투자 결정 역시 기존 투자자들의 구성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이뤄진 것이 아니냐”라며 “쏘카로서는 다수의 FI와 사업적 협력을 꾀할 수 있는 만큼 (금번 투자를) 고무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