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내려가고, 수장 바뀌고, 운영 통합하고"…갈팡질팡 하는 국책은행ㆍ금융공기업 임직원들
입력 22.03.24 07:00|수정 22.03.24 17:57
Inch Forward
  • 정권 교체 시기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영역 중 하나는 공공부문 금융기관이다. 이번 윤석열 당선인 공약과 관련 계획에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 '대대적인 임원 교체', '연기금 통합운영' 등 메가톤급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명분과 실현가능성 및 실질효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들인데 이 과정을 고스란히 체감해야 할 이들은 해당 기관 임직원들이다. 이들의 의견과 사내 분위기를 물어봤다. 

    1. 산업은행ㆍIBK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의 지방 이전

    "이전한다고 해도 당장 내려가지는 못한다. 확정ㆍ대체부지 마련ㆍ이전 계획 수립과 실행 등에 수년이 소요된다." (국책은행 임원)

    "당연한 얘기지만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다. 대부분의 기능이 서울에 있는데다 거래 고객 90%가 다 수도권에 있다. 비효율적이고 정치적인 결정 아닌가. 과거 국민연금 전주 이전 사태와 같아지지 않을까" (국책은행 직원)

    "지방 이전도 논란이지만 새 정부에서 어디에 정책 '포커스'를 맞출거냐가 중요한거 아닌가. 소위 국책은행들을 지방에 내려보내기만 해서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 각 은행들의 새 정부에서 역할론과 중복기능 철폐 등에 대한 고민이 함께 있어야 할 사안이다" (공공 금융기관 임원)

    "지금 거론되는 곳들 말고도 지방 이전 가능성에 떨고 있는 금융 공기업들도 많다.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 등 굵직한 기관들이야 그렇다 쳐도, 이외에 작은 금융공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하면 정말 난감하다. 국민연금이야 워낙 규모도 크고 금리도 낮기 때문에 부산이 아닌 제주도라도 고객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렇지 않은 금융 공기업들은 영업 측면에서 타격이 크다. 누가 지방까지 굳이 찾아오겠나." (공공 금융기관 관계자)

    "산업은행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한 후 수익률이 나빠야 서울 잔류 주장을 강하게 펼 수 있을 텐데 국민연금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을 서울 잔류 논리에 끌어들기긴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계 투자자 관계자)

    2. 국책은행ㆍ금융공기업 수장 교체와 정책 방향성 변경 

    "금융위원장 등의 교체는 기정사실화고 그 이후 관심사는 이동걸 산은 회장 교체 여부 아니겠나" (국책은행 임직원)

    "일단 장관급들과 주요 정책라인 교체가 진행되면 산업은행ㆍKDB인베스트먼트, 그리고 논란이 된 한국성장금융 기관장 자리도 모두 외부에서 내려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내려보내려고 모든 인사를 사실상 중단시킨 것 아니겠나" (국책은행 임직원)

    "성장금융의 경우 사실상 정치적 색깔이 가장 없는 사람이 인선이 됐었지만 그런데도 말이 나왔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직전 황현선 본부장(청와대 행정관)의 사퇴 이슈까지 있었던 터라 내부에서도 답답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 (공공기관 임직원)

    "뉴딜펀드는 어차피 정권 바뀌면 다 뒤집어 엎어야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바꾼다고 해서 각론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뉴딜펀드와 무엇이 크게 바뀔지..그게 문제다. 그냥 이름만 바꾸고 사실상 '뉴딜펀드2'로 기능하고 말 수도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

    "민간주도 기조가 좋다는 건 사실이지만 시장 여건이 그런지는 별개 문제다. 그래서 정부가 마중물을 준다는 의도였는데. 이게 향후에도 크게 바뀔지 모르겠다.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 그리고 주요 공제회들의 출자 규모가 수십조원이다. 이걸 대체할 곳은 없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결국 자기네 CVC(기업형벤처캐피탈) 만드는 게 추세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대형 사학재단이 많다든가 투자자 풀이 다양하고 넓은 것도 아니다. 결국 공공기관들이 골고루 출자하고 여기에 기대는 기존 정책과 유사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임직원) 

    "연기금들은 이미 임원들이 2년 혹은 3년 주기로 외부에서 오면서 수시로 바뀌어 왔다. 이러니 정책 변경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나름 연기금 각각의 내부 노하우와 자산운용에 대한 전략과 방향성이 생겼다. 국책은행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를 것으로 본다" (공공기금 관계자) 

    3. 국민연금ㆍ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일괄 통합 운용

    "이번 대선후보 토론회 때 나온 이슈인데 사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일례로 같은 범주의 연금 수익률 하나도 조정하기 어려운데 이걸 한꺼번에 합친다는 게....말이 쉽지. 그렇다고 단순 대체투자 하나만 보고 통합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자금의 납입이나 지급방식도 전부 다르다. 단순히 한꺼번에 모아서 투자한다는 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글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금융 공기업 임직원)

    "사실 매번 나왔던 얘기고 이번만 새로운 건 아니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말이 나왔지만 내부적으로 느끼기엔 연기금 간의 업무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고객들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필요성은 있어도 통합은 어렵다고 본다. 연기금 통합을 하더라도 다른 부담률과 급여를 어찌 조정할건지. 말이 통합이지 한 기관으로 합치는건 어렵다. 굳이 연기금 통합 개혁이라면 국민연금 부담률을 사학연금 수준으로 올린다든지, 아니면 제도를 좀 비슷하게 운영한다든지. 중간지점을 찾는다든지 이런 식의 접근 아니겠느냐" (공공기금 관계자)

    "공기금과 국민연금처럼 큰 곳들은 포트폴리오 성격이 다르다. 큰 곳끼리 통합해서 운용하면 굉장히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나름대로 자산 포트폴리오 계획을 짜놨고, 이미 다 자산 편입이 되어 있다. 이렇게 짜여 있는걸 다시 통합하는건 굉장히 리스크가 크다. 차라리 비전문적인 소형 기금들을 통합하는 일이면 모를까. 국민연금, 사학연금 수준의 대형 기금 통합은 무리라고 본다" (공공 투자기관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