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發 블록딜 마무리한 삼성家…그룹 주가는 계열사별 '제각각'
입력 22.03.30 07:00
삼성家, 이달 삼성전자·삼성SDS 지분 차례로 '매각'
일가 상속세 총 12조…매각한 전체 지분가치 '2조'
추가 블록딜보다 배당·담보대출 활용할 가능성 커
오버행 우려 해소 분위기에도 계열 주가 영향 제한적
  •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이 마무리됐다. 상속세 완납을 위해 일가 전체가 약 3조원 수준 추가 재원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장에선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우려를 완전히 떨치더라도 각 계열 주가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룹 계열사 주가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선 삼성생명과 삼성SDS 주가가 각각 전일보다 3.48%, 1.15% 올랐지만, 삼성전자와 물산은 각각 0.14%, 0.89%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0.02%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식은 시장 수익률 근처를 오간 정도다. 삼성생명 주가에는 중장기 금리 인상 기대감이 꾸준히 반영되고 있다. 삼성SDS 정도가 오버행 부담을 떨치며 강세를 보였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바닥 부근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주 예정된 블록딜이 모두 마무리되며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추가 매각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4월 용산세무서에 약 12조원 규모 상속세를 신고하고 2026년까지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기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담보대출과 블록딜 신탁 계약을 맺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시점 전체 상속세 약 12조원 중 일가 전체가 추가로 마련해야 할 현금은 약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2026년까지 일가 전체가 매해 58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가 보유 지분에 대한 기대 배당소득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고 이후 현재까지 일가가 매각한 지분은 총 2조원 규모다. 지난주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 0.33%를 매각해 약 1조3700억원을 확보했다. 비슷한 시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삼성SDS 지분 각 1.95%를 매각해 1950억원씩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지분 1.73%를 매각해 약 2200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만큼 지분을 추가 매각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홍 전 관장의 블록딜로 삼성전자의 특수관계자 지분 합계는 기존 21.1%에서 20.83%로 낮아졌다. 최상단에 위치한 삼성물산의 특수관계자 지분 합계도 33.45%로 전체 의결권 3분의 1 이상을 겨우 맞추고 있다. 변수가 많은 삼성생명의 지분 역시 추가 변동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수관계자 지분 합계가 50% 이상인 삼성SDS의 경우 추가 매각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현시점 블록딜을 위한 신탁 계약은 모두 마무리됐다. 최 연구원은 "지배구조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지분 추가 매각보다는 배당 확대와 추가 담보 대출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룹 계열사 전반이 오버행 이슈를 거의 해소한 상황이지만, 각 계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가의 상속세 납부 목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며 그나마 기대감이 집중되는 것은 삼성SDS다. 삼성SDS는 블록딜로 인한 주가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던 계열사다. 기업 가치는 지난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황성우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통해 주가 부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오버행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작년 상속세 신고를 전후해 고(故) 이건희 회장 보유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분 활용에 대한 뜬소문으로 주가가 급등한 적은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연저점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블록딜 부담이 일시적으로 나타났지만, 이보다는 1분기 불거진 사업적 잡음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데 따른 수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양사 주가는 지난 8일 연저점을 기록한 뒤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도 이날 전일보다 3.48% 오른 20만8000원에 마감했다. 현재 그룹 계열사 중에선 주가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