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가 '알박기' 혹은 '눈독 들이기'의 문제일까
입력 22.04.01 07:00
Invest Column
  • "문재인 대통령 동생 대학 동창의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 민간기업 의사회 의결이란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게 아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 (청와대)

    '임기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 논란'이 대우조선해양으로 튀었다. 논란의 핵심은 '무슨 목적으로 민간기업 사장 자리를 정권이 좌지우지 하겠다는거냐'로 압축된다. 차이는? 물러날 정권이냐, 새로 들어올 정권이냐다. 

    분명히 민간기업 맞다. 2001년 2월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시가총액 2조7000억원대 회사로 정상 거래되고 있다. 소액주주 주식보유비율은 27.2%에 달한다. 2017년에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이 민간전문가들을 모셔 '관리위원회'를 구성, 여기서 자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했다. 신임 박두선 사장은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 프로젝트운영ㆍ선박생산 운영ㆍ특수선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조선소장ㆍ최고안전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이력이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바로 '대우조선해양'이란 점이다. 

    최대주주가 사실상 국가기관이다. 대우그룹 사태 이후 2000년 채권단 출자전환을 거쳤고, 이후 줄곧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었다. 

    모든 정부가 처리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2008년 포스코ㆍGSㆍ한화ㆍ현대중공업까지 참여해 매각이 진행됐지만 못팔았다. 박근혜 정부 때 3조원대의 분식회계ㆍ부실이 발견됐다. 2015년 청와대 서별관회의로 산은ㆍ수은이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그 이전에 누적된 투입자금을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이런 회사가 거래소 상장되어 있다는 이유로 '순수 민간기업'이라고 봐야 할지?

    서별관회의를 통한 대우조선 지원을 '밀실야합'과 "분식을 알면서도 지원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그 흔한 '입찰' 한 번 없이 '현대중공업'을 콕 찍어 대우조선해양을 떠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순수 구주매각도 아니고 인수자가 먹기 좋게 인수구조를 짰다. '특혜 시비'와 '국가계약법 위반' 논란이 빗발치자 "산업은행은 더 이상 대우조선해양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요"라는 반성문(?)마저 보도자료에 실었다. '독과점 우려'와 '무리수'비판에도 밀어 붙였는데… 기껏 결과가 딱 걱정한대로 EU 경쟁당국 반대로 인한 실패다. 

    단순히 대우조선해양 매각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넓게 보면 아시아나항공부터 쌍용차 사태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된 '산업 구조조정' 전반의 실패로 치부된다. 주요 이슈마다 매번 나서는 것은 산업은행과 이동걸 회장 뿐이었다. "이동걸 회장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라는 낯부끄러운 칭찬을 제외하고는,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의 책임질 만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도 매각 방안이 발표되는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장관들이 산은에서 보고를 받은 것이 거의 전부다.

    이제 남은 일은? 아무도 해결 못한 이 골치 아픈 대우조선해양을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손댈 것이냐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 회장에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혀놓고 "민간이 할 일"이라며 맡겨 놓을건지, 아니면 정부 부처ㆍ국내 주요 조선사ㆍ민간 전문가 등을 전부 동원해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산업의 미래를 구상할 것인지. 이는 단순히 특정 회사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세계1위 국내 조선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 것이냐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과연 대우조선해양 사장 교체가 단순히 민간기업에서 알아서 처리할 인사 문제일까. 

    비유하자면, 미래가 너무나도 불확실한 팀이 하나 있는데 이번에 구단주가 바뀌었다. 과거 그 어느 구단주도 해결 못한 이 팀의 미래를 새 구단주는 그려줘야 한다. 방향성을 설정하고, 팀의 색깔과 정체성을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아니면 다른 팀이랑 합칠지, 아니면 아예 대놓고 구단주가 리드하는 팀으로 남겨둘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일선에서 맡고 실행할 인물은? 바로 '감독'이다. 대우조선해양으로 치면 '사장'에 해당된다. 새로운 구단주가 그리는 팀의 지향점, 방향성을 공감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경력이 있느냐 없느냐, 전문성이 충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자리 눈독 들이지 말라. 민간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라는 식의 해명이 언뜻 그럴싸해보이지만…대우조선해양에 있어서만큼은 알박기나 눈독 들이기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언급하지만 이 회사에는 조단위 나랏돈이 투입됐다. 누군가는 그 나랏돈의 향방과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민간기업이 아니다.

    따져보면 그렇게 민간기업 문제라면서 산업의 미래와 구조조정에 관한 문제를 산업은행과 이동걸 회장에게만 넘기고 나온 결과가 지금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 논란을 '공기업 알박기'로 규정하고 공격하는데 방점을 찍기보다는… "새 정부가 그려야 할 조선산업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니 협조해달라"라며 좀 더 건설적인 비판으로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물론 인수위는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의 공기업", "회생 방안을 마련하고 독자 생존하려면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가 잇따라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라는 설명을 분명히 제시했다. 하지만 결국 사태는 "물러날 거면서 끝까지 좋은 자리 알박기 할 거냐" vs "당신들이나 눈독들이지 마라" 는 정치적이면서도, 유치하기 그지 없는 감정싸움 혹은 기싸움으로 전락했다. 싸움 구경은 재미날지 몰라도… "그래서 앞으로 대우조선해양 어떻게 처리할건데?"라는 숙제는 누가, 어떻게 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