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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아쿠아리움(법인명 서울오션아쿠아리움) M&A에는 굵직한 회사들이 여럿 얽혀 있다. 매각자는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프라자산운용이고, 그 핵심출자자는 MG새마을금고중앙회다. 영국 기업 멀린엔터테인먼트(Merlin Entertainment, 이하 멀린)가 작년부터 아쿠아리움에 관심을 보였는데 세계적인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멀린의 주요 투자사 중 하나다. 코로나 불황 구간을 지나고 있는 아쿠아리움이 좋은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M&A 업계에 따르면 KDB인프라자산운용은 멀린과 코엑스아쿠아리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멀린은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아쿠아리움 인수를 검토해왔는데 거래 조건이 거의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KDB인프라자산운용은 2014년 개인 최대주주로부터 코엑스아쿠아리움 지분 100%를 수백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대형 사회기반시설(SOC) 전문 투자사의 소규모 수족관 인수에 시장의 이목이 모였다. 코엑스아쿠아리움은 총면적 1만5970㎡에 650여종 4만여 마리 생물을 전시하고 있다. 연 100만명 이상이 찾는 도심권 명소로 KDB인프라자산운용에 인수된 후에도 꾸준한 실적을 유지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엑스아쿠아리움은 매년 200억원 가까운 매출과 수십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매출이 반토막났고 EBITDA도 적자전환했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더 세진 점을 감안하면 작년 실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KDB인프라자산운용의 부담은 커졌다. 회사는 코엑스아쿠아리움을 인수하며 자본시장법상 특별자산투자신탁(KIAMCO 아쿠아 사모특별자산 투자신탁)을 설립했는데, 투자자에 원금과 이자를 매년 일부씩 상환하는 구조를 짰다. PEF라면 최소한의 출자자(LP) 배당이나 관리보수만 나오면 마지막 회수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데, 코엑스아쿠아리움 투자에서는 매년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비용이 거의 없던 코엑스아쿠아리움도 2015년 이후 매년 36억~47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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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인프라자산운용의 코엑스아쿠아리움 인수엔 프로젝트 투자에 밝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핵심 투자자로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20~2021년 코엑스아쿠아리움 현금 창출력이 둔화하고 투자금 상환도 쉽지 않아지자 KDB인프라자산운용에 불편함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엑스아쿠아리움 매각 추진도 투자자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KDB인프라자산운용은 작년부터 멀린과 코엑스아쿠아리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당초 협상 기한은 지난 2월까지였는데 실사가 늦어지면서 그 후에도 논의를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최초 인수 가격과 비슷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멀린은 영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씨라이프(SEA LiFE), 밀랍인형 박물관 마담 투쏘 등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아쿠아리움을 인수해 씨라이프부산아쿠아리움(법인명 멀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을 운영 중이고, 춘천시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레고랜드코리아 지분 100%도 갖고 있다.
멀린은 역사는 짧지만 다양한 M&A를 통해 급성장했다. 1998년 바르돈 어트랙션(Vardon Attractions) 경영진이 MBO(Management buyout)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해 멀린을 세우며, 재무적투자자(FI)도 초빙했다. FI 보유 멀린 지분은 몇 차례 손바뀜 끝에 블랙스톤이 인수했고, 블랙스톤은 이후 M&A 시장에 나와 있던 레고랜드도 인수해 멀린과 합쳤다. 멀린은 블랙스톤이 경영을 이끈 후 박물관, 테마파크 등을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처음 레고랜드 사업을 시작한 더 레고 그룹(The Lego group)은 경영난 때문에 레고랜드 경영권을 팔았지만, 레고그룹 지주사인 키르크비(KIRKBI)가 멀린 지분 일부를 계속 보유하며 관계를 유지해왔다. 키르크비는 2019년 블랙스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과 손잡고 멀린 경영권을 60억파운드(약 9조6000억원)에 사들였다. 멀린의 코엑스아쿠아리움 인수 추진은 과거 블랙스톤과 함께 사세 확장에 나섰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면이 있다.
KDB인프라자산운용 입장에선 이번이 코엑스아쿠아리움을 팔 적기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빠르게 완화하며 관람객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수자도 한국 사업 확장 경험과 의지가 있다.
다만 일각에선 KDB인프라자산운용에서 더 적극적으로 원매자를 찾았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시선도 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지분율 84.16%)로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공개 경쟁 입찰을 거치면 다양한 원매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엔 롯데그룹이 아쿠아리움 회사 인수를 검토했었고, 지금도 일부 투자사가 코엑스아쿠아리움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의 다른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만 해도 대우건설 매각가를 낮췄다가 최고 낙찰가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매각자 측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코엑스아쿠아리움) 매각 의지가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힘들어진 면이 있었다”며 “매수자를 찾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매수 적격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KDB인프라운용, 영국 멀린과 코엑스아쿠아리움 매각 협상 중
새마을금고 돈 받아 투자…지난 2년 팬데믹으로 현금흐름 악화
자금 상환 어려워지자 매각 추진…멀린과 블랙스톤 관계도 주목
‘후보자 더 찾았어야’ 지적도…매각측 “노력했지만 적격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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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4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