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떨어진 HDC현산, 추가 하향 가능성도…중장기 사업 부담 커질 듯
입력 22.04.20 07:00
영업정지 처분 등 등급 하방 요인이 더 커…추가 하향 가능성 ↑
현금성 자산만 1.9조원…유동화증권 차환 등 회사 대응력은 양호
낮은 신용등급, SOC·사업성 좋은 사업장 수주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광주, 대전, 부산 등 시공사 계약 해지 이어져…사업성 회복엔 물음표
  •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건, 영업정지 처분 등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각종 악재가 회사 신용등급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풍부한 유동성과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현산의 대응이 양호한 편을 감안하면, 신용등급 하락이 현산의 재무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추가 영업정지 가능성과 계약 해지, 분양 차질 여파 등 사업 영역에는 중장기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5일 HDC현산의 신용등급을 ‘A+(하향 검토)’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월 25일 ‘A+ 하향 검토 등급 감시 대상’ 리스트에 올린 지 약 3개월 만의 조치다.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단 채 ‘A’로 떨어진 만큼 추가로 더 하향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한신평은 “올해 2만 세대 이상의 주택공급 계획을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사고 이후 약 1만 세대로 하향 조정했으며, 일부 정비사업 수주에도 기존 진행 현장의 시공 배제, 계약 해지 통보 등으로 사업 차질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주요 주택사업장의 착공 및 분양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저하된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정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택사업 전반의 영업가변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아직 HDC현산에 대한 평가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정기평가를 앞두고 있고, 등급감시 대상의 유효기간인 3개월이 만료되는 시점을 전후로 신용평가 등급을 책정할 계획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서울시로부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효력 정지되긴 했지만, 올해 1월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대한 처분은 따로 이뤄졌다. 크레딧 담당의 한 증권사 연구원은 “HDC현산의 신용등급 조정은 이미 많은 사람이 예상하던 것이고, 그 결과가 어제 나오든 오늘 나오든 나왔을 이슈라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 신용등급 하향이 현실화하면서 HDC현산의 채무상환능력에 관심도 모아진다. 3월 기준 현산이 보유한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2조8000억원인데, 화정아이파크 사고 이후 PF ABCP, ABSTB의 차환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HDC현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되고,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은 양호하다는 평이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1조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에 3월 중으로 보유토지를 담보로 활용해 81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했고 지주사인 HDC가 보유한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등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 현금유동성 조달 가능성도 있어 단기적 유동성 대응은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 수주 난항 등으로 현금 창출능력과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점은 장기적인 유동성 대응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A구역의 시공계약이 해지됐다. 앞서 1829억원 규모의 광주 곤세암지역 아파트 신축공사 수주, 1조원이 넘는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의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한 신용평가 연구원은 “시공사 계약 해지나 분양 차질이 직접적으로 유동성 유출 등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영업이 위축되고 현금창출 능력이 낮아지고, 추가적인 영업정지가 이뤄지거나 처분이 확정되면 회사채 기한이익상실로 만기 이전에 상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사채관리계약서에 '감독관청이 중요한 영업에 대해 정지 또는 취소처분을 내린 경우'를 기한이익상실에 관한 사항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좋은 대규모 공사에 대한 접근성도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사업성이 높은 재정비 현장은 시공사의 신용등급도 판단해 선정한다. 대규모 사업의 경우, 시공사의 트랙레코드(시공 성적)가 중요한데, 현산이 대규모 공사에 계속 배제된다면 하향 조정된 신용등급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사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작년 말 약 30조원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주한 현장마저 계약 해지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수주잔고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HDC현산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고, 낮아진 신용등급이 향후 사업을 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그것이 또 현금창출력 약화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