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중퇴기금 OCIO...간만 보는 금투업계
입력 22.04.25 07:00
근로복지공단, 이달 말 OCIO 운용사 선정 공고 계획
운용 규모 4조원 기대했는데…기업 참여율에 따라 줄 수도
간담회·설명회도 없고 사업 내용도 불확실...업계 관심도 낮아
  • 올해 상반기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이하 중퇴기금)이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난 후엔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에도 운용 규모나 일정, 방식 등 사업 내용은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인 까닭이다.

    당초 예상보다 운용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OCIO 사업자인 증권사와 운용사들도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 14일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기금제도 운영위원회는 제1회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기금 운영 방침을 결정했다. 중퇴기금은 30명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가 개별 납입한 적립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하고 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중소 사업장이다 보니 적립금 규모가 작고 운용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금운영위원장은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근로복지공단 이사와 사용자 대표 2명, 노동자 대표 2명, 전문위원 7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제도가 처음 시행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OCIO를 활용할 방침이다. 운용기관 선정 개수, 수수료 등 세부 사항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이르면 이달 말 중퇴기금 OCIO 운용사 선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번 경쟁에 증권사에서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운용사들 가운데에서는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큰 사업자들이 후보군으로 언급되곤 있지만, 막상 금융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부분의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이번 OCIO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제도가 시행됐지만 위탁 구조나 일정, 수수료 체계 등 어느 것 하나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용 규모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OCIO 담당의 관계자는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이나 일정이 확정이 안 되다 보니 사업자들도 무조건 하겠다고 나서기보다는 공고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지켜보는 중”이라며 “지금까지 4조원가량 쌓여있는데 가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전이 안 되는 형태다 보니, 사실상 새로 기금을 마련해야 해 운용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OCIO 사업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업에 참여할지 논의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점차 기금이 쌓여서 운용 규모도 커지겠지만 언제 쌓일지 모르는 것이고 초반에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품이 많이 들어 참여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실제 중퇴기금 OCIO에 출사표를 낸 곳들도 기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퇴기금 OCIO를 준비하고 있는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기존에 쌓인 4조원을 그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새로 투자풀을 구하면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30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도 매우 낮고 기금형으로 자금이 많이 모이진 않을 것 같다”며 “부담금을 일부 보조해주는 등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 가입률이 올라가면서 운용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운용 규모가 크지 않으면 제도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기금제도 운영위원회는 퇴직연금 적립금 대신 새로 투자풀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때문에 중퇴기금을 신청하는 기업의 숫자에 따라 기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각사의 기금을 모아 전문적인 운용 서비스로 수익률을 높이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주체가 근로복지공단인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근로복지공단 부서가 업무 진행이 다소 느리고 소통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종종 나왔다. 이번 중퇴기금 OCIO 사업 선정 과정도 느리게 진행되고 업계 설명회나 간담회조차 한 번도 열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이 적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퇴기금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련해야 하는데, 이전과 비슷한 애로사항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