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이 어떤 새 주인을 맞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벌써부터 굵직한 사모펀드(PEF)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출자자 이해상충이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부담 등을 감안하면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그보다는 JC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 인수에 힘을 실어준 우리은행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의 MG손해보험 투자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이하 새마을금고) 신용공제대표를 지낸 권광석 전 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 우리금융지주 경영진 입장에선 실패한 투자를 처리하는 것이 달갑지 않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인수한다면 크게 나쁠 것은 없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어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2월말 기준 회사의 순자산이 -1139억원으로 부실금융기관 요건을 충족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경영 개선 명령을 내렸고, 지난달 회사가 제출한 경영 개선 계획안은 불승인했다. JC파트너스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부실금융기관은 통상 예금보험공사를 거쳐 공개 매각 절차를 거치는데, 그 전까지는 채권단 주도로 매각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 인수후보로는 다수의 독립계, 금융계 PEF들과 투자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PEF의 경우 적기에 자본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으니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심사가 깐깐할 가능성이 크다. MG손해보험 투자엔 새마을금고가 출자자(LP)로 나섰기 때문에 새마을금고 돈을 받은 PEF가 인수자로 나서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나 회사 입장에선 PEF보다는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자로 나서는 것을 반길 상황이다. MG손해보험 투자에 깊숙하게 관여한 우리은행이 결국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우리은행 실무진이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금융사들과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G손해보험은 지금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 전신인 그린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PEF 자베즈파트너스에 넘어갔다. 보험업 등 금융 사업을 확장하고 싶었지만 직접 금융사를 인수할 수 없었던 새마을금고가 PEF의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새마을금고는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하면 추가 출자에 나서기도 했다.
MG손해보험은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새마을금고는 점차 지원을 줄여갔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은 4년마다 바뀌는데 굳이 전임 회장이 손대서 실패한 사업에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차훈 중앙회장이 부임한 2018년부터 새마을금고와 대주단 주도로 경영권 매각이 진행됐다. 일부 대형 PEF가 관심을 보였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거래가 무산되기도 했다.
통상적인 M&A로 MG손해보험을 팔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후 운용사(GP) 교체 방안이 추진됐다. MG손해보험 투자 PEF 운용사를 자베즈파트너스에서 JC파트너스로 바꾸고 자본도 확충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2019년 말 금융당국에 JC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변경하는 내용의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금융위는 이듬해 3월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기존 대주주 자베즈제이호가 제이씨어슈어런스제1호로 이름이 바뀌었다.
JC파트너스는 그해 4월 MG손해보험 74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동시에 기존 68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차환해 인수했고, 300억원 사모사채도 추가로 사들였다. JC파트너스는 이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마을금고, 우리은행, 애큐온캐피탈, 리치앤코, 아주캐피탈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았다.
JC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 투자에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권 전 행장은 박차훈 중앙회장과의 인연으로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선임됐는데, 이후 MG손해보험 처리라는 중책을 맡았다. 새 투자자로 부상한 JC파트너스의 이종철 대표는 권 전 행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MG손해보험의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기존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일부 자금을 다시 출자했고, 우리은행도 출자자로 나섰다. 우리은행은 1100억원 규모 MG손해보험 관련 차입금 차환도 주선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300억원, 우리종합금융이 200억원 규모로 대주단에 참여했다. 사실상 우리은행이 주도한 거래였다.
우리은행에선 김태훈 투자금융본부장(당시 투자금융부장)이 실무를 담당했다. 권광석 전 행장이 2017년 우리은행에서 IB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는데 당시에도 김 본부장이 투자 업무를 보좌한 바 있다. MG손해보험 거래에서 권 전 행장과 김 본부장의 뜻이 일치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권 전 행장은 MG손해보험 운용사 교체 시기와 맞물려 돌아왔다. MG손해보험이 우리은행으로 가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MG손해보험 사정에 밝은 투자업계 관계자는 “권광석 전 행장이 박차훈 중앙회장과 인연으로 새마을금고로 간 후 MG손해보험 처리를 과업으로 여겼다”며 “권 전 행장이 새마을금고와 우리은행을 조율해서 진행할 거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2020년 4월 대출 및 투자 당시 MG손해보험이 직전년도 3년 연속 흑자였고, 투자 직후 RBC비율 176%(금감권 권고 150% 이상) 수준으로 양호한 상황이었다"며 "우리은행은 희소성 있는 손보 라이센스 보유한 점, 담보가치의 안정성, 향후 매각차익을 기대하여 시스템적으로 MG손해보험에 대출 및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권광석 전 행장은 1년 임기에 더해 1년 연임을 한 끝에 물러났다. 금융그룹의 비금융사업 확장을 행장이 챙기는 듯한 모습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권 전 행장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는데, 새로 취임한 이원덕 행장은 손 회장의 복심으로 꼽힌다. 전임자의 실패한 투자를 챙기기 껄끄러울 수 있다.
반면 적당한 가격에 MG손해보험을 받아올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우리금융은 과거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매각 후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없다. 투자자들이나 이사회에서 쌍수를 들어 환영할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은 면도 있다. MG손해보험은 지난 2년간 대주주가 자본을 확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을 뿐 회사의 유동성은 크게 늘었고, 자산의 질도 개선됐다. 자본력만 일부 보충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2020년 10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작년엔 626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M&A 자문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회계적으로는 자산 가치 하락으로 회계상 손실을 보지만, 새롭게 편입될 자산의 수익성이 개선돼 내재 가치는 좋아진다”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작년의 손실 규모가 재작년보다 줄었다는 점은 회사가 좋아졌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채권단 매각 절차 진행
PEF보다 GP 교체 과정서 적극 투자한 우리은행 눈길
권광석 전 행장, 새마을금고 시절 MG손보 처리 중책
권 전 행장과 뜻맞은 우리은행이 지분 및 대출금 집행
전임자 부실 부담이지만…비은행 확장으로 접근할만
PEF보다 GP 교체 과정서 적극 투자한 우리은행 눈길
권광석 전 행장, 새마을금고 시절 MG손보 처리 중책
권 전 행장과 뜻맞은 우리은행이 지분 및 대출금 집행
전임자 부실 부담이지만…비은행 확장으로 접근할만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2년 04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