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통과하면 이사만 70명…오너 간 합의 없으면 경영권 매각도 ‘난항’
입력 22.04.28 07:00
구본성 부회장 측 48명 이사진 선임 추진
“경영복귀 시도” vs “매각 작업 일환”
“합의 없으면 어떤 경우든 불협화음 불가피”
  • 범(汎) LG그룹으로 분류되는 3대 위탁급식업체 아워홈의 경영권 매각 작업이 새국면을 맞았다.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당분간 불안정한 경영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구 전 부회장 측의 ‘경영권 매각 의지’의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현재와 같은 오너 간 갈등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분 매각이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아워홈의 매각 대상 지분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38.6%), 장녀 구미현 씨(19.3%) 등을 포함해 총 58%이다. 나머지 지분은 구지은 부회장(20.7%), 차녀 구명진 씨(19.6%)가 보유하고 있다. 당초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만으론 이사회 진입이 불가능했으나 최근 구미현 씨가 구 전 부회장 측에 합류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현재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를 요구 총 48명의 이사진을 신규로 선임하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아워홈의 정관에는 ‘이사의 수’ 한도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으로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실제로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구본성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이사회를 장악할 당시 임시주총에서 총 21명의 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당시엔 구지은 측 합산 지분율이 이사의 해임요건, 즉 특별결의 요건(66.7%)에 미치지 못한 61.4%였기 때문에 구본성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직을 박탈하진 못했다. 아워홈의 현재 이사회 구성원은 총 25명(사내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18명; 감사 1명 제외)이다. 현재 사내이사직엔 구본성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모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번 구본성 전 부회장의 이사회 진입시도도 과거 구지은 부회장과 유사한 행보로 풀이된다. 

    구미현 씨가 합류하며 이사의 선임이 가능한 보통결의 요건(50%)를 갖췄지만, 해임 요건(특별결의)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의 구지은 부회장 측 이사진을 압도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하겠단 전략이다. 과반이 넘는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면 경영권을 행사하고 대표이사직 복귀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을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신호로 봐야할지, 아니면 경영권 매각의 준비 작업으로 봐야할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아워홈 측은 임시주총 요구에 대해 “명분 없는 경영복귀 시도”라고 규정했고,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원활한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당분간 아워홈의 경영 활동 불확실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각 작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년 전부터 매각설이 돌았던 아워홈은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들의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업적 부침이 있지만 여전히 공고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PEF의 투자처로선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됐다.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다소 제한되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구본성 전 부회장 또는 구지은 부회장 등 투자자들이 접촉하는 오너일가와 이들을 통한 인수 전략은 상이했다. 한 때는 구지은 부회장 측이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유력한 방안 중 하나였으나 결국 성사되진 못했다. 구지은 부회장 측은 다수의 PEF로부터 제안을 받고 검토하는 수준, 그 이상의 단계로는 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PEF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PEF를 포함해 알만한 사모펀드들은 인수를 검토하고, 오너가와 만나 인수 구조에 대해 제안했다”며 “그러나 대부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일 또는 구지은 부회장이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58%의 지분을 인수하는 상황 등 어떠한 경우에서든 오너가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선 양 측 모두 특별결의 요건의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쪽짜리 불안한 경영 활동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 58%의 지분을 확보해도 구지은 부회장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상당히 공고하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가 없이는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오너가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투자자가 나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긴 상당히 어려운 거래”라며 “급식 업체 자체적으로도 사업적 타개책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의 불확실성까지 지속하면 매물로서 가치가 꾸준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