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IPO 빼면 뾰족한 투자처가 없다...'일단 깔고만 가자'
입력 22.04.29 07:00
글로벌 복합 악재…주식·채권 펀드 위축
IPO, 할인된 공모가에 하방 방어 유리
글로벌 추세 꺾여 IPO 대안 아니라는 입장도
  • 주식·채권 시장이 글로벌 복합적인 이슈로 불안정해지자 기관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하방 방어에 유리한 기업공개(IPO)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IPO가 '가격 방어력' 말고는 기대할만한 게 많지 않다는 점은 고민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형·채권형 펀드의 순자산 총액이 감소했다. 미국 금리인상·인플레이션·러-우크라 갈등 등 복합 악재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받으며,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106.4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4%(4.4조원) 감소했다. 채권형 펀드 순자산은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 기조로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전분기 대비 1.3%(1.7조원) 감소한 128.1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채권형 펀드는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펀드 유형 중 유일하게 자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 변동성이 커질 때는 안정적으로 채권에 투자하고 있었는데, 금리가 오르며 채권마저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 대안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군인 IPO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IPO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 일부 인기 공모는 여전히 2000대 1에 가까운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상장 후 주가 급등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비교적 가격 방어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IPO 시장이 작년만큼 매력적인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1분기 상장한 30개 종목 중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낮은 종목은 8개로 전체의 약 26.7%를 차지한다. 작년 상장한 종목 중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낮은 종목은 약 16%에 불과하다. 작년에 비해 올해 기대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평이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시가 안 좋을 때는 IPO 시장도 따라서 안 좋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쟁이라는 변수에 투자 방향이 잡히지 않아 현금보유비중을 높이는 곳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IPO 시장도 대안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미 글로벌 IPO 시장 추세가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Y한영에 따르면 1월부터 3월까지 전 세계 IPO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감소한 321건에 그쳤고, 조달금액은 같은 기간 51% 줄어든 544억 달러, 우리 돈으로 67조 1천억 원에 불과했다.

    국내 공모주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앞두고 1월 한 달간 자금이 반짝 유입된 이후 꾸준히 빠지고 있다. 22일 설정액은 6조297억원으로 올해 최고점인 7조53637억원 대비 20.1%가 빠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초부터 IPO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며 시장에 풀린 IPO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어졌다"며 "한동안 다른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잠깐은 IPO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템포가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