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채 발행 어려움 겪는 금융사...널뛰는 금리 탓
입력 22.05.10 07:00
'금리인상 여파' 국채금리 하루에도 10bp씩 널뛰어
미래에셋증권·KB카드 등 금융사 외화채 발행 철회
'운용할수록 손해' NH투증 1분기 채권손실액 914억
"6월까진 개점휴업" 금리인상 부담감 완화는 3·4분기
  • 널뛰는 금리에 금융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환율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외화채의 경우 발행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연초 외화채 발행에 나섰던 미래에셋증권, KB카드, 부산은행의 외화채 조달이 무산됐다. 높은 신용도를 갖춘 금융사임에도 외화채 수요를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 우려로 대내외 국채 금리 변동성이 높아진 탓이다.

    국내 10년물 국채 금리가 8년 만에 3.4%를 넘어서는 등 금리 상승이 가파르다. 장중에도 10bp(1bp=0.01%)씩 금리가 오르는 등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 연준의 빅스텝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강화하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 연장 및 확대 우려에 글로벌 위험 회수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달 들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2018년 말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3%를 돌파한 것이다. 이런 미국 금리 급등이 이어지면 국내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자들로선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하기 힘든 구간이다.  

    앞서 언급한 금융사들이 외화채 발행을 철회한 이유도 이런 불안심리와 관련이 깊다. 발행사 등급이나 채권 만기와 관계없이 수요가 계속 부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나 국내 기관 참여가 저조하다. 주식, 채권 모두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기관 운용부서들의 손익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0.5%P 상승할 경우, 증권사의 채권평가 손실 예상 규모는 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증권사 자기자본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채권 운용 수익의 저하로, NH투자증권의 지난 1분기 트레이딩 부문 손실은 914억원으로 확인됐다. 일부 만기가 긴 일반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고 있지만, 공사채를 제외하곤 발행에 섣불리 나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 그나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발전사들을 중심으로 외화채 발행에 성공하고는 있다. 일례로 동서발전은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는데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3% 중반에서 4%대의 금리를 감수하고 발행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자금조달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금융사들은 기관 수요 참여가 부진하다 보니 발행금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선제적으로 발행을 철회했지만, 발전사들은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적자 폭이 확대해 자금조달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라며 “아직까지는 공사채나 특은채에 대한 수요가 남아있어, 수자원공사나 광해광업공단 등이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용을 보증하는 공사채마저도 이전보다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평이다. 4월 발행에 성공한 한국동서발전도 이전에는 발행금액 대비 주문량이 6~9배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3배 정도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채 금리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심리 수요가 위축되어서 특수채가 아닌 일반 회사채의 경우 최소 상반기까지 외화채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현실화하고 기준 금리 상단에 대한 전망이 뚜렷해져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채권운용본부장은 "캐리(보유수익률) 수요 목적으로 크레딧이 안정적인 AA급 회사채 위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며 "은행금리 대비 시장조달의 메리트가 크게 저하돼 A급 이하 크레딧물이 과거보다 수요예측 참여 물량도 크게 줄어들어 당분간 상위 크레딧물로 투자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그럼에도 외화채 발행시장이 정상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6월까지는 외화채 발행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하반기에는 물가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완화될 것이고, 그 시기는 3분기 또는 4분기로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